(제공)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한국미디어뉴스통신 최윤진 기자]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매혹적인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세 남자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고 있다. 초연 이후 전 세계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으며, 최근 한국어 버전 개막 10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스토리의 구조는 사실 매우 단순하다. 일생을 종만 쳐오다 에스메랄다에게 반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순수한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 에스메랄다를 사랑하지만 자신이 가질 수 없다면 무너뜨리겠다는 질투심으로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프롤로’, 이미 약혼녀가 있지만 에스메랄다에게 반해버린 근위대장 ‘페뷔스’까지 어찌 보면 한 여인을 둘러싼 세 남자의 사랑싸움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끊임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차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4사람의 신분과 그를 초월하려 했던 약자들의 아픔이 잘 드러나고 있으며, 역사상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사랑과 부당한 차별, 갈등과 같은 고질적인 병폐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남자의 사랑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이 사랑하고 추구하는 것들에 집중해 관람하는 것은 또 하나의 관점 포인트이다. 페뷔스의 약혼녀로써 결국엔 그를 차지하지만 그의 온전한 사랑을 가질 수 없는 플뢰르, 딸과 같은 에스메랄다를 목숨 바쳐 지키고자 하는 클로팽 그리고 살면서 절대 누리지 못할 평등한 삶, 차별 없는 세상을 갈망하는 집시들까지, 작품 속 인물 모두가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이상을 갈망하면서 그를 향해 돌진해가는 모습은 애잔함과 동시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제공)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모든 등장인물 가운데서 특히 에스메랄다에게 눈길이 갔다. 그 이유는 그녀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오로지 춤과 노래밖에 몰랐던 집시 에스메랄다가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근위대장 페뷔스를 사랑하게 되며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에 눈을 뜬다. 하지만 이런 금지된 사랑을 하면서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와 자신의 신분에 대한 차별을 느끼게 되고, 마지막에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생각하던 것처럼 사랑받고 사랑하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여인이 아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불의에 맞서다 숭고한 죽음을 선택한 성숙한 에스메랄다를 만날 수 있다.

 

(제공)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송트루(song through) 뮤지컬로 대사 하나 없이 모든 것이 노래, 즉 넘버로 표현되지만 그럼에도 캐릭터들의 모든 감정과 이야기가 가슴 깊숙이 전달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배우들은 춤의 비중을 줄이고 노래와 연기에 더욱 집중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고, 이를 더 돋보이게 하는 아크로바틱 댄서들의 화려한 춤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올여름, 가슴이 터질 듯한 감동과 1964년 프랑스 파리 대성당 시대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오는 8월 5일까지 공연된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