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텔 셀베이션' 메인 포스터
영화 '호텔 셀베이션' 메인 포스터

[한국미디어뉴스통신 최윤진 기자] 삶이 있는 동시에 죽음도 함께하는 땅 바라나시. 힌두교 최대의 성지로 알려지며, 성수라고 여겨지는 갠지스 강이 크게 흐르고 있다. 인도인들은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해탈에 이르러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데, 이에 갠지스 강가에 즐비해 있는 숙박시설에는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난 5월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호텔 샐베이션’(일명 바라나시)은 죽음을 감지하고 바라나시로 떠나게 된 아버지와 그를 따라나선 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제공) 네이버 영화 '호텔 셀베이션' 스틸컷
(제공) 네이버 영화 '호텔 셀베이션' 스틸컷

매일 같은 꿈을 꾼다는 주인공 ‘다야’(라리트 벨)는 어느 날 자신이 죽을 때가 되었음을 느끼고 바라나시로 떠나겠다고 가족들에게 선언한다. 늘 회사일로 바쁜 아들 ‘라지브’(아딜 후세인)는 늙은 아버지를 도저히 혼자 보낼 수 없어 함께 동행한다. 호텔 샐베이션에서 묵게 된 그들은 다야가 추구하는 ‘웰다잉’(well-dying)을 위한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가장 인도다운 인도라고 알려진 바라나시에서 펼쳐진다. ‘구원’이라는 뜻의 호텔 셀베이션(Salvation)에는 역설적이게도 다야처럼 죽음을 준비하러 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무려 18년 동안이나 그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고, 수행을 하며, 함께 힌두의식을 치르기도 하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제공) 네이버 영화 '호텔 셀베이션' 스틸컷
​(제공) 네이버 영화 '호텔 셀베이션' 스틸컷

이 영화는 실제 바라나시의 모습을 거의 비슷하게 연출하고 있다. 매일 아침 갠지스 강에 몸을 담그며 기도하는 힌두교 성자들 뒤로 그곳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들과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의 모습까지 바라나시의 구석구석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한 갠지스 강 위에 가득한 관광객이 탑승한 보트들과 보트 위에서 힌두 의식 ‘뿌자’를 구경하는 모습, 바라나시의 좁은 골목마다 하루에도 몇 십 구의 시체가 운반되는 모습까지, 인도 바라나시 그대로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중간 중간 힌두경전 외우는 소리를 섬세하게 삽입해 사실감을 더욱 높였다.

 

(제공) 네이버 영화 '호텔 셀베이션' 스틸컷
(제공) 네이버 영화 '호텔 셀베이션' 스틸컷

이곳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다야와 거의 억지로 끌려온 아들 라지브는 호텔 셀베이션에서의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며 오히려 자신들의 관계와 삶이 회복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고요하고 온화한 갠지스 강을 마주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완전히 자유로워질 그때를 기다리는 다야,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가족들과 삶의 의미에 다시 생각해보는 라지브. 현대인들 사이에서 웰빙(well-being) 보단 웰다잉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추세에 진정한 웰다잉을 위해 지금의 삶을 잘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하게 한다. 힌두교의 세계관이 영화 전체에 반영되어 있지만, 종교를 떠나 사람의 생과 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영화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기복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자 축복이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듯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이 돋보이는 영화 ‘호텔 셀베이션’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10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전 세계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