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 박등용 화백

[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최근 미술계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화랑이나 옥션의 추이를 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현대회화, 즉 서양화가 주류를 이룬다. 서울의 전통적인 화랑가인 인사동은 물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강남의 주요 화랑들 역시 대부분 서양화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는 전문 콜렉터 뿐 아니라 일반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미술과 수요자의 소통이 일방적이고 편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

현재 한국 화단에서 서양화에 밀려 홀대를 받고 있지만, 한국 회화사에서 전통의 본류는 동양화였다. 그 중 문인화는 ‘문인’이라는 시대의 엘리트가 당대의 덕목과 자신의 사상을 회화 형태로 표출한 독특한 양식으로 오랫동안 동양회화에서 확고부동한 위치를 점해 왔다. 고대 중국에서 삼절(시, 서, 화)을 근간으로 전개돼 온 문인화는 문인지화, 즉 문인이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로 역사 속에서 이들 문인이 지녔던 인문주의 발현의 한 산물로서 이루어졌고 지금까지 전래되어 왔다.

작가의 높은 인격과 사상으로 시적인 분위기 속에 흥취된 상태에서 어떤 화풍이나 기교에 구애됨이 없이 맑은 정신 상태에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우러나오는 감정을 표현한 문인화는 작가의 수양된 인품이 나타나며 감상하는 사람에게는 그윽하고 청아한 감정이 일어나도록 한다. 형식적으로는 지필묵을 중심으로 한 고유한 조형체계와 내용으로는 독화라는 독특한 감상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조형과 감상체계는 독자적인 안전성을 지니는 것으로, 여타 회화와는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박등용 화백
박등용 화백

‘예술가는 있어도 장인은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국내 미술계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미학세계를 경주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다변적인 현대 미술계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정립해 가고 있는 운정 박등용 화백이 바로 그 주인공.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을 쏟으며 자신의 내면세계와 예술가로서의 자화상을 투영하고 있는 박등용 화백이 자신만의 감수성이 담긴 예술세계를 꽃피우고 있다.

성남시 모란에서 ‘운정 서화실’을 운영하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문하생 양성에도 열정을 보이고 있는 박 화백은 “문인화는 일필휘지로 가야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시,서,화를 할 때 가는 선, 하나의 점에도 소홀함 없이 최선을 다해야만 작품에서 그 정신이 표출된다.”며 “문인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과 탄탄한 기본을 갖춰야 한다. 생동감있는 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힘과 정신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구한 세월동안 전통 문인화를 지켜온 박등용 화백은 글과 그림의 조화뿐 아니라 농묵·중묵·담묵 등 농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생동감 있는 선과 색, 구상, 여백 등의 자연스러움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글을 그림같이, 그림을 글씨같이 하여 글속에는 화풍이 그림속에는 생명력있는 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박등용 화백은 문인화에 전 인생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화, 서예, 문인화 등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방면을 골고루 섭렵하고 있는 그는 스스로를 ‘문인화에 한 평생을 바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밥과 같은 존재’라고 밝히며 인생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즉 삶과도 직결된 것이 바로 그림과 글이라는 것.

시, 서, 화가 어우러지는 박등용 화백의 작품은 고매한 선비의 자태처럼 전통의 품격과 서정적 정취가 가득하며, 작품의 소재는 삶과 자연에 초점을 둔다. 그는 문인화에 사용하는 전통재료를 넘어 서양재료를 배합하기도 하고, 사물의 극단적인 단순화 및 색채 대비 등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는 전통적인 틀과 내용을 원칙적으로는 수용하지만, 개별적인 표현에 있어서는 보다 차별화되고 현대적인 면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다. 뿐만 아니라 서체 연구개발에도 열의를 쏟은 선생은 캘리그라피 ‘운정체’를 개발해 작품의 개성을 한층 배가시키고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경기도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한 박등용 화백은 대한민국문인화대전 등 다수의 예술대전에서 30여회의 초대작가, 심사 및 운영위원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개인전 3회와 초대전 및 회원전 300여회 출품과 더불어 한국미술협회 이사 및 초대작가 심사, 한국비림협회 부회장, 성남미술협회 문인화분과장, 성남서예가총연합회 부회장, 대한민국다향예술협회 부회장 등 각종 단체의 중추역할을 수행해 한국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박등용 화백은 “대중들이 문인화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정부도 문화 예술의 진흥과 발전을 위하여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하며 “앞으로도 우리 문화예술 발전의 계승을 위해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의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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