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된 지 꼭 1년이 지났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3월 10일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아들여 박근혜(66)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지난 정권 시절 고위 공무원을 지낸 사람들이 연일 구속되고 있다. 국정원 댓글 공작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그동안 설마 하는 국민들의 의심을 사실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 국정원의 특수 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은 박근혜 정부에게 가지고 있던 일말의 기대마저도 거두게 했다. 검찰 조사에서 밝혀진 당사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으면 일말의 연민의 정까지 느끼게 되었다. 한 나라 정보기관 수장의 윤리 수준과 소명 의식이 설마 이 정도일 줄 미처 몰랐다. 지난 해 야당의 한 최고의원의 우려처럼 내일 뉴스에는 어떤 내용이 나올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이러한 불법 행위를 지시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이 자괴감을 연일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최순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이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고 여전히 주장한다.

최순실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은 국가권력의 사유화에 다름 아니다. 공적인 관계 또는 국가 권력을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고,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도 인정한 것처럼 촛불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정부다. 따라서 촛불민심을 받들어야 할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사명이 주어져 있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국민들에게 수차례 다짐했다. 이른바 적폐청산은 이러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다만 문 대통령도 밝힌 바와 같이 특정인 또는 세력에 대한 정치 보복이 아니라 시스템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적폐의 사전적 의미는 지난 시절 오랫동안 쌓여 온 폐단이다. 따라서 적폐청산의 구호는 다소 과거지향적인 것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4년 국가의 적폐를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방 정국을 돌이켜보면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후과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파 청산을 위해 탄생한 반민특위를 강제 해산할 때 명분은 국민 단합과 국가 위기 극복이었다. 완전한 적폐청산을 하지 못한 경우 오히려 사회 구성원들 간 갈등을 부추기고 단합을 저해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적폐청산은 정의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역사적 명분을 지니고 있다.

공자님 말씀에,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들은 국가란 무엇이고 정치는 어떠해야 하는지 학습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주인의식과 효능감은 현재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정치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진정 국민을 위하는 선하고 책임 있는 정치를 구현할 책무가 오늘날 대의정치 체제 하의 정치인과 정당에 있다. 지난 8년 동안 보수 세력은 국민들의 믿음을 저버리고 자멸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다시 태어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공산주의자들과 주사파들에게 장악되어 있다는 시대와 한참 동떨어진 정치적 인식을 지니고서는 안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국 보수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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