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해 전영미 작가

[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세계화의 물결 속에 거침없이 밀려오는 외래문화로 인해 우리의 생활 문화와 정치, 경제는 물론 예술과 사상까지도 급속히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느덧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과 문화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아왔는지 모른다.

전영미 작가
전영미 작가

한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과 소중한 가치들을 우리의 고전을 통해 대중들에게 새롭게 이야기하고 있는 주인공이 전영미 작가이다. 전 작가는 우리 고전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동심과 향수, 순수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전 작가는 공필화 기법을 사용하는데 전통 채색화의 일종으로 얇은 비단에 가느다란 세필로 그리는 기법이기 때문에 묘사가 깔끔하고 채색이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 작가의 섬세함이 더해져 보는 이로 하여금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까지 느끼게 해준다. 특히 물감을 묽게 타서 칠하고 말리기를 수십 번 반복하기 때문에 녹록치 않은 작업이지만 맑고 고운 색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서두르면 안 되는 작업이다.

인당수로가는길
인당수로가는길

지난 2015년 <그 시절 그 소녀>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한 전영미 작가는 “미술 전문가의 의견보다 관객들이 작품 앞에서 자신의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일 때, 그리고 해맑은 미소를 지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해외 초대전과 아트페어에서도 외국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우리 고유의 감성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아름다운 멋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청의부활
청의부활

작년 가을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우리 고전 심청전을 주제로 새롭게 선보인 <청의 마음> 전시에서 전영미 작가는 여러모로 실험적인 작품들로 미술계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심청을 효녀라는 유교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한 소녀의 순수한 사랑이 가져온 아름답고 놀라운 기적이라는 보편적이고 현대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하였다. 심청전을 단순히 옛날 이야기나 동화가 아닌 우리 고전으로 인식하고 그 속에 담겨진 우리 고유의 풍부한 정서와 아름다운 가치들을 뽑아내어 비단 채색화를 비롯한 천연염색, 장지 콜라쥬 등의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많은 이들에게 심청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감동을 선사했다.

전영미 작가는 “한국화가의 눈으로 우리 고전을 다시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아름다운 가치들을 찾아 그림으로 표현해보았습니다. 한국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제가 다시 만난 심청전은 효녀 이야기를 넘어서 인생의 깊은 진리와 숭고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감동적인 고전이었습니다. 넘치도록 크고 순수한 사랑을 가졌던 한 소녀의 믿음과 용기, 그것이 가져온 놀라운 기적의 이야기가 이기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 도전과 희망을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라고 전했다.

책읽는소녀
책읽는소녀

내년 5월에 또 한 번 우리 고전 <춘향전>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준비 중인 전영미 작가는 심청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표현 기법으로 작가로서의 실험과 도약을 시도한다. 그러나 작품의 주제는 동일하다. “<청의 마음> 전시와 마찬가지로 <춘향전> 전시에서도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순수한 사랑입니다. 심청이, 춘향이를 효녀와 열녀라는 전통적인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습니다. 시대적 관습이나 규범을 초월하여 소녀의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의 힘으로 심청이는 인당수에 뛰어들고, 춘향이는 연인을 기다린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다. 단순히 고전을 기존의 전통적인 해석을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그리는 전영미 작가의 화폭 속에서 춘향의 모습이 어떻게 재탄생될지 궁금하다.

전영미 작가는 서울대와 이화여대 대학원, 미국 미시간 주립대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영미 작가는 10여회에 걸친 개인전과 국내외 초대전, 다수의 단체전과 국제아트페어에 참가하여 큰 호응을 얻었으며, 한국전업미술가협회가 주관한 대한민국미술제에서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친숙하면서도 낯선 우리 고전들 속에 담겨져 있는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의 가치들을 한국화로 표현하는 전영미 작가는 앞으로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계속 우리 고전과 신화를 주제로 한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적 정체성을 탐색하고 삭막해져가는 우리 사회에 순수하고 따뜻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전영미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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