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화 화백

[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시대가 바뀌면서 전통적인 양식과 정신을 계승하는 작가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월정 정근화 화백은 정신세계에 근원을 둔 동양화 이론을 터득한 국내 화단의 여류화가로 여백의 미가 있는 한국화를 동경해 산과 같은 편안함과 서정적인 느낌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단아하고 꾸준히 작품을 일궈내는 그가 서예로 다듬은 기의 세계를 그림으로 옮겨간 지 어언 40여 년. 서예계의 대가 박세림 선생과 추사체의 일인자 이병호 선생에게 서예를 사사하고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어쨌든 남들보다 한참이나 늦은 불혹의 나이에 화단에 입문한 탓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수십 수백 배 더 그림에 정진했다고 한다. 정 화백은 “한국화는 필력이 있어야 하고 운필이 자유로워야 한다. 선비의 기상과 정신을 표현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서예는 내 그림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정근화 화백
정근화 화백

산이나 계곡, 나무, 돌, 풀 등 자연의 만물을 소재로 하는 산수화는 동양 회화에 있어 오래전부터 많이 다뤄 온 화목 중의 하나로 정근화 화백은 오랫동안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작품세계를 진작시켜 왔다. 보는 순간 묘한 이끌림에 시선이 고정되는 그의 작품은 바라볼수록 그 깊이가 더욱 깊어지는데 이는 장구한 세월을 붓과 함께 해온 탄탄한 ‘내공’과 ‘역량’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정 화백은 한 해에도 몇 번씩 설악산에 올라 수려한 산(山)과 하(河)를 스케치한다. 풍요로운 정신세계와 깊고 오묘한 동양화의 철학에 깊이 감동해 삶의 의미를 동양화에 부여하게 됐다는 정근화 화백은 발밑의 돌 하나, 풀 한 포기에도 존재의 의미를 새기며 인간의 변화무쌍한 감정유입을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설악 설경의 정적과 고요를 간결한 획으로만 표현하여 순결을 강조하며 구름이 허리에 걸렸을 때의 울산바위, 햇빛의 이동에 따라 변화하는 바위의 표정 등 볼 때마다 다른 산의 거대한 위용을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린 속도의 강한 획으로 율동미를 자아내고 묵의 농담과 태점으로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연출한다. 북한산 귀륭나무의 고귀한 기상을 흠모하여 ‘행복이 꽃피는 나무’로 명명하고 몇 년 동안 산을 오르내리며 휘돌아 늘어진 나뭇가지의 유려한 곡선을 살려 미끄러지듯 리드미컬한 구도로 화폭에 옮겼다.

“설악산과 토왕성 폭포, 비선대 전경, 소금강, 폭우가 쏟아지고 계곡이 넘치는 무릉계곡의 장관 속에서 수천 개의 폭포가 내리꽂히는 광경은 일생에 한 번 보기 힘든 그야말로 장관이었다.”는 그는 때론 늘 푸른 싱그러움, 넘치는 활력과 기쁨을 주는 푸른 소나무의 고귀한 기상을 흠모하며 그 꼿꼿한 자태를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정 화백은 전시공간이 없어 불편을 겪던 지역예술인들을 위해 2007년 인천 남동구에 솔 갤러리를 개관했다. 사랑방처럼 오다가다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좋은 작가들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이자 그들을 소개하는 중간자적 역할을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20여 년 째 대한적십자사에서 활동하며 인천지사 부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그는 전시회를 통해 판매된 작품을 적십자에 기부하는 등 봉사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생을 걸고 몰아의 세계에서 필생의 역작을 꿈꾸며 전력투구해 온 40여 년을 돌아보자니 못 이룬 아쉬움만 남고,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 속에서 우주적 경외(敬畏)와 신비의 세계를 만끽했으나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의 심정으로 못다 한 표현에 가슴저리며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는 정근화 화백은 “앞으로도 우리가 살아가는 산하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며 사랑하는 모든 이의 가슴에 잔영으로 남아 한국화 저변 확대에 일조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정근화 화백은 이화대학교 경영대학원 동양화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개인전 30여 회, 단체전 350여 회 등 다양한 전시 이력과 인천광역시미술초대작가회 부이사장, 인천광역시적십자사 부회장역임, 적십자사 부녀봉사자문 위원장역임, 인천광역시미술대전 운영위원을 역임했으며 고 김대중 대통령 감사장, 대한적십자사 사회봉사사업공로상, 적십자사부녀봉사 특별자문위원 20년 봉사훈장 적십자광무장, 보건복지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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