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술의 원천은 ‘물’, 인연을 만난다.

전통주 시장은 꾸준히 변하고 있는데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은 별로 없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직접 담가 먹던, 어린 시절 추억은 이미 오래전 얘기다. 최근에는 전통주 공방 등에서 전통주 관련 소규모 강의가 많이 이뤄지면서 전문가에 대한 니즈가 커지는 상황이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달라졌다. 사람들은 이제 익숙함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각자 취향에 맞는 술을 선택해서 마신다. 또 전통주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어 한다. 모르고 마셔도 맛있지만, 알고 마시면 더 맛있으니까. 뭔지 모르게 전통주는 맛의 깊이가 있다.

전통주를 빚는 젊은 사람들의 모임 협동조합 주담(대표 김원호)에서 만든 ‘모월’은 주담의 첫 주인공이다. 모월은 증류식 소주 모월‘인’과 프리미엄 약주 모월‘연’으로 현재 두 종류가 출시되어 있다. 특히 모월은 쌀, 누룩, 물 외에 어떠한 첨가물을 쓰지 않기에 마실 때나 마신 후에 깔끔함이 특징이다.

기존 주류와 차별화를 두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끝 맛의 달콤함이 쉽게 질리게 하고 숙취를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므로 건강한 술을 표방한 주담에서는 과감하게 달콤함을 뺏다. 그보다는 술에 깊이를 더해 맛의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고 오랜 시간 연구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증류식 소주 모월‘인’은 향이 강하기보다는 솔향이 은은히 느껴지면서 목 넘김이 좋다. 고도주의 경우 일반적으로 목 넘김이 불편한 경우가 많은데 41도라는 도수에 비해 상큼한 넘김이 좋다.

모월‘연’은 일반적으로 기존 약주(청주)는 발효과정에서 나는 향이 깊게 풍겨 거부반응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모월‘연’은 깔끔하게 청명하며 개운한 맛이 부드럽다.

주담은 전통주를 만드는 공장이라기보다는 술 만드는 공방처럼 아니면 카페 같은 분위기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곳 같다.

전통주 연구소와 공장, 시음장이 한 곳에 있는 협동조합 주담은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전통술을 상품화한다. 주담 술독에는 재료의 원산지가 함께 적혀있다. 술을 만드는 재료부터 술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까지 알리는 게 주담의 일이다.

김 대표는 별도의 직업이 따로 있다. 김 대표뿐 아니라 이곳의 조합원들 대부분은 별도의 직업이 있으면서 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술은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화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라는 확고한 철학이 있다.

원주 토박이인 김 대표는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두 종류의 술 이름도 ‘연인’ 이면서 ‘인연’이다. 그는 현재 직접 술을 담그면서 기획하고 생산해 전국적인 유통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역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함께 술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려한다.

김 대표는 “술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와 함께했습니다. 술은 곧 문화이며 예절입니다. 밥상은 이미 많은 부분 외국산으로 점령당했으며, 술상 또한 외국 술의 식민지가 되는듯하여 안타까울 뿐입니다.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통주를 보급하는 것은 크게 보면 우리 농촌의 쌀 소비촉진이기도 합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통주에 대해 더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는 긴 시간 일제의 탄압과 급속한 산업화 시절을 거치며 안타깝게도 전통이란 걸 잊고 살아왔습니다. ‘모월’은 끊어진 전통을 이어갈 것이며 지금부터 새로운 술의 전통을 만들고자 합니다. ‘모월’은 전통방식을 고수하기 위해 숙성 전용 항아리에 숙성을 시켜 향이 살아있습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