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멘탈은 굉장히 중요하다. 멘탈이 어떤가에 따라서 자신의 능력을 120% 발휘하기도 하고, 50%도 보여주지 못하기도 한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XIAOMI ROAD FC 043은 파이터들의 멘탈이 경기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는 대회였다. 최영과 이길우, 남의철 등 수많은 파이터들이 정신력으로 승리를 일궈냈다.

▲ 누가 끝이래? 투혼 보여준 노장들

운동 선수들은  나이가 들수록 신체능력이 퇴화되며 경쟁력도 조금씩 떨어진다. 경험으로 신체능력의 저하를 극복하다 결국엔 은퇴라는 마무리를 하게 된다. 최영(39, Land's End), 이길우(34, 싸비MMA), 남의철(36, 사내남 격투기) 등 1세대 파이터들은 정신력을 바탕으로한 투혼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제 4경기에 출전한 남의철은 최근 4연패로 ‘은퇴’ 언급까지 나온 심각한 상태였다. 커리어를 통틀어 KO패한 적이 없었지만, 최근 2경기에서는 모두 KO로 패했다. 정신력이 강한 선수임에도 본인의 멘탈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힘든 상황일수록 남의철은 기본에 충실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패배 예상을 하는 이들의 의견을 신경 쓰지 않고, 시합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는 달콤했다. 체조 선수 출신의 파이터 정두제를 꺾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약 3년 7개월 만에 거둔 승리. 시합을 준비하는 과정의 인내는 썼지만, 승리로 모든 고통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길우도 값진 승리를 따냈다. 선천성 기도 협착증으로 인한 2년 10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녹슬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다. 오랜만에 출전한 경기라 긴장할 수 있는 상태였지만, 경기에 집중하며 승리만 생각했다.

1라운드부터 이길우는 전성기 같은 경기력을 보였다. 부지런히 스텝을 밟으며 상대의 움직임을 읽어 침착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타격에 강점을 보이던 아사쿠라 미쿠루가 이길우의 타격에 다운되며 위기를 맞을 정도였다. 데뷔 후 아사쿠라 미쿠루가 타격에 밀려 다운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 정도로 이길우는 공백기가 무색했다.

테이크 다운 후 그래플링에서도 이길우는 한 수 위의 기량이었다. 끈질기게 아사쿠라 미쿠루를 넘어뜨리며 경기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기했다. 경기 후 아사쿠라 미쿠루는 “이번 경기를 위해 레슬링에 중점을 두고 많은 훈련을 했는데, 이길우 선수의 실력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며 아쉬워했다.

결국 이길우는 심판 판정 끝에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길우의 승리가 확정되자 같은 팀의 이재선 감독은 눈물을 흘리며 승리를 기뻐했다.

최영도 투혼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경기 초반 김훈의 타격에 흔들리며 위기에 처했지만,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KO 패를 당한 뻔한 위기를 벗어난 뒤에는 김훈의 빈틈을 노리며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했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도 절대 포기란 없었다. 관중들도 그의 정신력에 쉴 새 없이 박수를 보냈다. 그야말로 노장의 투혼이었다.

사실 전체적인 경기력에서는 김훈이 앞섰다. 하지만, 최영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치의 경기력을 보여줬고, 김훈의 감량 실패에 따른 패널티까지 더해 잠정 챔피언에 등극했다. 최영은 잠정 챔피언에 오를 자격이 충분했다.

경기 후 최영은 승리했음에도 경기력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승리는 기뻤지만, 자기 반성이 우선이었다

“기대한 만큼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죄송하다. 이 상태로 경기를 하면 차정환 선수에게 질 것 같다.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최영의 말이다.

▲ 연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승리 따낸 김승연과 홍윤하

젊은 선수들의 정신력도 빛났다. 김승연(28, FREE)과 홍윤하(28, 송탄MMA멀티짐)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김승연은 데뷔전부터 2연승 후 2연패에 빠진 상태였다. 브루노 미란다, 라파엘 피지에프에서 연달아 KO로 패했다. 기세가 좋던 2연승 때와 달리 처참하게 무너졌다.

심기일전을 위해 미국 덴버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김승연은 강한 상대들과 스파링을 하며 차근차근 경기를 준비했다. 고된 훈련이었지만, 밝은 미래를 생각하며 버텨냈다.

경기가 순조롭게 풀린 것은 아니었다. 김승연은 상대의 타격에 휘청거리며 많은 위기를 겪었다. KO로 패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불안했다. 그때마다 김승연은 정신력으로 승리를 향해 달려갔다. 김승연의 정신력이 패배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김승연은 기적 같은 역전승을 따냈다. 상대의 빈틈을 찾아 펀치로 데미지를 줬다. 김승연의 공격에 매서운 기세로 공격하던 알렉산더 메레츠코도 뒤로 물러났다. 케이지에 몰리며 상황이 역전됐다. 김승연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을 퍼부은 끝에 KO로 반전을 완성시켰다.

XIAOMI ROAD FC YOUNG GUNS 37에 출전한 홍윤하도 길고 긴 연패에서 탈출했다. 언제나 팬들이 좋아할 화끈한 경기를 하지만, 승리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아 안타까웠던 게 홍윤하의 커리어였다. 스스로도 ROAD FC 1승이 간절했다. 더구나 지난 경기에서는 감량 실패로 좋은 경기력에도 승리를 내줬다.

이번에는 달랐다. 감량도 순조로웠고, 경기에서 컨디션도 매우 좋아보였다. 1라운드에서 잠시 위기가 있었지만, 이내 평점심을 되찾았다. 그리고 상대의 약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주도권을 잡았다.

주짓수가 장점인 홍윤하는 그라운드에서 심유리를 압도했다. 상위 포지션을 점령하며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누적시켰다. 심유리가 일어나며 위기에서 벗어나면 또다시 테이크 다운에 성공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그라운드 상황에서 심유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상대의 장점을 죽이고, 자신의 장점을 살린 홍윤하의 영리한 경기운영이었다.

판정 결과 홍윤하는 꿈에 그리던 ROAD FC 첫 승의 성적표를 받았다. 거듭된 패배에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결과다. 홍윤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했다. 매시합 간절하지만, 이번엔 정말 간절했다. 심유리 선수를 상대로 가장 쉽게 이길 수 있는 게 그라운드였다. 앞으로도 더 발전돼서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고, 잘하는 걸 마음껏 뽐내는 색깔 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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