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일본에서는 직장을 세 번 이상 옮긴 사람을 쓰지 않는다. 명문대학을 나오고도 아버지가 운영하는 우동가게를 이어받아 살아가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금방 차린 사업체도 대충 해보다가 팔아 치우려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가 하는 일을 결코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다. 평생 일을 하면서도 자기 일을 사랑하지 않는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자기가 받은 보수만큼만 일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이 지배적이다. 다단계 판매방식을 히스테리 반응처럼 싫어하지만 사실은 이 사회 모든 시스템은 다단계적이다. 직원들의 수고로 당연히 회사가 크고 오너들이 득을 본다. 그러나 회사의 번영은 직원들 개개인의 번영이며 오너 또한 얻은 것들로 자신들의 배만 불릴 수 없다. 실제로 그들도 하루 세끼를 먹는 사람들이며 그 많은 재화들을 자신들을 위해 다 쓰지도 않고 쓸 수도 없다. 우리 사회는 그간 힘겨운 전쟁과 산업화의 터널을 뚫고 나오느라 서로를 돌아보기 보다는 일단 우선 자신부터 살고보자는 강박에 시달려 삶의 여유를 잊고 살아 왔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정도 한 숨 돌릴 여유가 생기고 보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고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로 또 다른 싸움을 치르고 있다. 언젠가 어릴 적에 동네 사람들이 개를 잡다가 놓친 일이 있었는데 주인이 개 이름을 부르니까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꼬리를 치며 주인에게로 돌아왔고 사람들은 그런 개를 다시 묶어 매달아 죽였다. 사람은 다 같은 삶을 살아간다. 모습은 달라도 모두가 한정된 짧은 삶을 살아간다. 행복은 돈이나 명예나 권력에 있지 않으며 세상에서 가장 분명한 것은 너 나 없이 누구나 잠깐 머물다가 떠난다는 것이다. 가급적 노력해서 가난도 벗어나야 하고 무식함도 극복해야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살아가면서 남들이나 사회나 국가를 미워하고 비판하지 않는 것이다. 이 나라는 다른 누가 아닌 우리들이 세운 나라이며 정치인들도 우리들의 손으로 우리가 만든 법에 따라 뽑았다. 나의 직장은 나의 땀을 착취당하는 곳이 아니라 나의 수고로 일으켜 모두 함께 먹고 살아야 하는 샘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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