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아이 이한센 원장-'결혼'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집 청소나 쓰레기 처리, 아침 식사준비 등을 주로 남자들이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모든 것들을 여자들이 한다. 여자들은 결혼 한 이후로 자신들의 시간은 거의 없어지고 주로 남자와 아이들을 위한 식모나 가정부 같은 삶을 산다. 그러한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조선시대로부터 이어진 남존여비, 여필종부 등의 사상들에서 온 것이라서 실상 그 뿌리가 상당히 깊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신토불이’ 등의 생각들도 모두 우리 민족의 ‘뿌리문화’에서 기인하는 암반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자는 시집을 가서 그 집 귀신이 되도록 교육받고 남자를 일평생 바라보며 눈이오나 비가 오나 늦은 밤 이른 새벽을 가리지 않고 식사를 차리고 빨래를 하고 걸레질을 쉬지 않는다. 남자들도 그러한 아내들의 혹독한 시집살이를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시부모와 한 편이 되어 약하고 고운 아내의 눈에 눈물이 맺히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시어머니가 품은 시집살이의 한은 그 아들에게 전가되어 자나 깨나 내 자식 생각뿐이므로 그 것은 좋은 면에서 교육열로 이어졌는가 하면 한편 자식의 온전하고 따뜻한 인격 형성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자양분을 공급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여성 인권 신장 운동에는 나름의 그러한 오랜 사회적 억압의 배경이 있다. 어찌 보면 한국사회에는 가정에서부터 억압의 그늘이 뿌리 깊게 있던 까닭에 모든 사회 분위기도 과격하거나 불같이 일어났다 소멸하기를 반복하는 ‘냄비문화’로 나타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심성들은 모두 착해서 집요한 원한을 남기지는 않지만 집안에서 학교에서 받은 억압과 스트레스는 그들이 그러한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일종의 분출로 터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남자들은 여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 생각에서부터 뜯어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귀한 집 딸이 몸과 맘을 바쳐 나에게로 시집왔다는 것을 ‘천운’이 굴러들어 온 것으로 여기고 평생 빚 진 맘으로 감사하며 아내를 사랑하지 않으면 자신 스스로는 짐승인 줄로 알아야 한다. 늦은 밤 귀가하여 밥 내놓으라고 소리치지 말고 늦게 들어와 미안한 줄로 알고 부인 잠든 것을 깨우지 말아야 한다. 이른 새벽 출근하더라도 하루 종일 가사일과 자녀양육에 시달릴 부인을 위해 소리 내지 말고 주방에서 스스로 차려 먹고 가능하면 부인 먹을 것도 마련해 놓고 나가면 안 되는 일인가. 다소 과장된 설정처럼 들릴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앞으로 우리사회에서 결혼은 서로의 인격과 인간으로서의 가치, 결혼의 책임 등에 관하여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뒤에 할 수 있는 것으로 제도화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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