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과 핵융합 발전

요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 중립’이다. 탄소중립이란 우리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정책을 세워서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하는 등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었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주요 국가의 탄소 중립 선언이 가속화되었다. 이에 따라 2019년 유럽연합을 시작으로 2020년 9월 22일 중국, 2020년 10월 26일 일본, 그리고 2020년 10월 28일 우리나라가 탄소 중립을 선언하였다.

탄소 중립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는 2021년 10월 18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 0(Zero)’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VDC) 상향안 등 2개 안건을 사실상 확정하였다. 이같은 우리의 계획을 11월 1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 Conference of the Parties 26)에서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소개한 바 있다.

탄소 중립과 관련하여 주의하여야 할 문제로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Tax)’가 있다. 이는 탄소 고배출 산업에 부과하는 일종의 관세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유럽연합(EU)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U는 지난 7월 14일 탄소국경세 입법안을 공개했는데, 이에 의하면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자국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새로운 조치이다. 사실상 추가 관세라 할 수 있다. EU는 2023년부터 전기-시멘트-비료-철강-알루미늄 등 탄소배출이 많은 5개 품목에 탄소국경세를 시범적으로 시행한 뒤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탄소국경세가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가 지난해 EU에 철과 철강 1조 8천억원, 알루미늄 2조 200억원 어치를 수출한 실적을 감안하면 관련 기업에 커다란 부담이 된다.

EU의 탄소국경세 문제와 관련하여 지난 11월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탄소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은 탄소세가 유일하며, 저항 없이 빨리 갈 수 있는 길”이라고 하면서, 온실가스 톤당 5만~8만원씩 총 30조~ 64조원의 탄소세를 기업들로부터 걷어 이 돈을 자신의 복지 공약인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하였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에너지 관련 기업의 경영 형편을 고려하여 탄소세 문제는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 중 일본과 캐나다 만이 제한된 형태의 탄소세를 도입하고 있는 현실은 탄소세의 도입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임을 유의하여야 한다.

탄소중립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뜨거운 해결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핵융합발전이다.

핵융합 발전의 원리는 바닷물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활용하여 고온에서 두 원자를 반응시켜 높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방식이어서 방사능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관계로 원자력 발전에 활용하는 핵분열과는 정반대 원리로 작동한다. 핵분열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핵이 분열하면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반면 핵융합은 수소가 헬륨으로 합쳐지면서 생기는 에너지를 쓴다.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것이 바로 내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수소의 핵융합 반응 덕분이다. 이 때문에 핵융합 발전을 인공 태양이라고 부른다.

이론적으로 핵융합 에너지의 효율은 오늘날 가장 효율이 높다고 하는 원자력 발전 보다 7배 가량 크다. 수소 1㎏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 석탄 8톤을 사용한 화력발전 만큼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핵융합 원료인 중수소는 지구상에 무한에 가깝게 존재하고, 발전 과정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핵융합을 ‘꿈의 청정 에너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핵융합 발전의 원리는 이미 1950년대 옛 소련에서 개발됐다. 이후 전 세계 각국이 핵융합 에너지의 가능성에 투자했지만, 좀처럼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1억도에 이르는 고온을 만드는 기술, ‘플라스마’(초고온에서 전자와 원자핵이 분리된 상태)를 용기 안에 가둬두는 강력한 자석 기술, 안정적으로 플라스마 현상을 조절하는 기술 등 워낙 난관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민간 스타트업들이 대거 등장했다. 미국 MIT 교내 벤처로 출발한 코먼웰스퓨전시스템스, 구글과 쿠에이트 투자청이 합작한 미국 TAE테크놀로지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10년 넘게 투자한 캐나다 제너럴퓨전, 민간업체 최초로 플라스마 온도 1억도를 달성한 미국의 헬리온 에너지 등이 그들이다.

이러한 민간기업 외에 국가 차원의 핵융합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설립하거나 지원하는 핵융합 실험 시설만 100곳이 넘는다.

영국 정부는 지난 10월 중순 세계 최초의 핵융합 상용 발전소인 ‘스텝’을 지을 부지 후보지 5곳을 선정했는데, 여기에 2억 파운드(약 3,225억원)를 투입해 내년말 착공할 예정이다.

중국은 달에 풍부한 헬륨-3를 이용한 핵융합 연구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핵융합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문제 해결은 물론 미국과의 우주경쟁에서도 앞서가겠다는 심산이다.

미국 로런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는 최근 192개의 레이저를 이용해 핵융합 에너지의 발전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국가적 경쟁을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핵융합 열풍을 일으킨 것은 결국 탄소중립 시나리오”라고 했다.

핵융합 발전에 있어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앞서가는 선진국이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역원 원장은 지난 11월 1일 “플라스마 유지 기술과 소재·부품 제작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 한국형 핵융합로(KSTAR, 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대전 대덕단지에서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러시아 등의 국가 보다 늦게 뛰어 들었지만, KSTAR는 핵융합의 오랜 난제를 여러 건 해결해 냈다. KSTAR는 작년 5월 1억도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20초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세계 최초의 기록을 세운데 이어 올해는 30초간 유지하는데 성공하였다.

물리학자들은 핵융합 발전이 24시간, 365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최소 기준으로 ‘300초간 안정적인 플라스마 유지’를 꼽는다. 유석재 원장은 2025년 300초 달성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올 6월 중국의 국책연구소는 핵융합 원자로 연구설비인 ‘인공태양’을 1억 2천만°C 초고온에서 101초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고 중국 관영매체가 밝혔다.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는데, 2035년까지 공업용 핵융합 원자로 시제품을 만들고, 2050년까지 인공태양의 대규모 이용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를 지구에 구현하여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핵융합 발전’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우리의 기술이 핵융합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은 뿌듯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다만, 탄소중립 문제로 어려운 부담을 안게 될 기업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 정책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핵융합 발전’을 위해 땀흘리고 있을 관계자 여러분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핵융합발전소의 발전 구조
핵융합발전소의 발전 구조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