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추석(秋夕)을 맞으며

며칠 후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문헌 기록에 의하면 추석이라는 명절이 신라시대 초기에 이미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이토록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 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하여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 같다. 농경문화 속에 정착한 추석이라는 명절은 봄과 여름 동안 농사의 주요한 고비를 넘기고 아직 과일이나 곡식이 온전히 여물지 않았을 때에 미리 일부 곡식을 거두어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본래의 의미이다.

이제는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로 자리하고 있는 ‘추석’의 유래는 무엇일까.

추석에 대하여 그 시원이나 유래에 관한 명확한 문헌 자료는 없다. 다만 추석(秋夕)이라는 어휘를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가을(秋) 저녁(夕)’이란 뜻이고, 좀 더 확대하여 해석한다면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인들은 추석 무렵을 중추(中秋) 또는 월석(月夕)이라 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중추와 월석이라는 말을 축약하여 추석리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이는 『예기(禮記)』에 나오는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고 추석을 중추절(仲秋節)이라고 하는 것은 가을이라는 계절을 초추(初秋), 중추(中秋), 종추(終秋) 3단계로 나누었을 때 음력 8월이 중추에 해당하고, 음력 8월의 보름에 붙은 이름이 중추절이라고 한다.

위와 같은 내용을 정리한다면 추석이라 함은 가을이라는 계절에 있어 가장 달이 밝고 좋은 밤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리고 가을이라는 계절이 음력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기간을 말하는데, 그중 8월이 가운데 달로 그 달의 가운데인 음력 8월 15일이 가장 달이 밝고 좋은 날이 된다. 따라서 추석은 음력 8월 15일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추석의 유래와 관련하여 삼국사기 「신라본기(新羅本紀)」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 9월조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왕은 여섯 부를 정한 후, 이를 두 패로 나누고,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각 부내(部內)의 여자를 거느리어 편을 짜고 패를 나누어 추칠월(秋七月) 16일부터 날마다 일찍이 큰 부(部)의 마당에 모여 길쌈을 시작하여 을야(乙夜: 밤 10시경)에 끝내게 하고, 8월 15일에 이르러 그 공의 다소를 심사하여 지는 편은 술과 밥을(酒食)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게 사례한다. 이어서 가무(歌舞)와 백희(百戱)가 벌어졌으니 이를 가배(嘉俳)라고 한다. 이때 진 편의 한 여자가 일어나 춤추며 탄식하기를 '회소, 회소'(會蘇會蘇)라 하여 그 음조가 슬프고 아름답거늘 후세 사람(後人)이 그 소리로 인하여 노래를 지어 이름을 회소곡(會蘇曲)이라 했다.

우리나라의 추석과 관련하여 중국의 기록에도 위와 유사한 내용이 보인다.

중국의 『수서(隨書)』 「동이전(東夷傳)」 신라조(新羅條)에는 “8월 15일이면 왕이 풍류를 베풀고 관리들을 시켜 활을 쏘게 하여 잘 쏜 자에게는 상으로 말이나 포목을 준다.”라고 했다. 그리고 『구당서(舊唐書)』 「동이전(東夷傳)」 신라조(新羅條)에도 “해마다 정월 초하룻날이면 서로 하례하는 예식을 여는데 왕이 잔치를 베풀고 또 해와 달의 신에게 절을 한다. 팔월 보름이면 풍류를 베풀고 관리들을 시켜 활을 쏜 자에게는 상으로 포목을 준다.”라는 기록이 있으며, “신라인들은 산신(山神)에 제사 지내기를 좋아하며 8월 보름날이면 크게 잔치를 베풀고 관리들이 모여서 활을 잘 쏜다.”라고 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의 ‘추석’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비록 농경문화 속에서 정착된 세시풍속이지만, 오곡이 무르익어 가는 시기에 조상에게 예를 갖추고, 한바탕 즐거움을 나누면서 마음을 모으는 일은 훌륭한 전통이다. 그리고 추석전에 조상의 산소를 찾아 여름동안 묘소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어주는 벌초 행사는 덤으로 좋은 풍습이다.

다만, 이번 추석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특별방역대책이 9월 13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시행되는 상황이다. 추석 특별 방역대책 기간 동안 거리두기 4단계 지역일지라도 가정 내 모임은 3단계 사적모임 기준을 적용한다고 한다. 즉, 백신 예방접종 완료자를 포함하여 최대 8명까지 가족 모임을 할 수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르면 오늘(9월 17일 기준) 1차 백신 접종율이 70%를 넘어선다고 한다. 하루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내년 추석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온전한 명절을 누릴 수 있기를 빌어 본다.

내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추석을 맞이하기를…
내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추석을 맞이하기를…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