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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철 전문가 칼럼] 독도박사 정연철 칼럼-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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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철 전문가 칼럼] 독도박사 정연철 칼럼-36
  • 정연철 전문위원
  • 승인 2021.09.0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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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와 풍수지리

석을 앞두고 엊그제 벌초를 하러 고향을 다녀왔다.

벌초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고향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에는 차량들이 평소 보다 훨씬 붐볐다. 그래도 모처럼 고향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벌초를 마친 뒤의 기분이 너무도 상쾌했다.

일반적으로 벌초는 조상의 묘에 자란 풀이나 나무를 베어내고 묘를 깨끗하게 하는 일을 말한다. 대체로 봄철 한식(寒食)이나 추석 성묘 이전에 벌초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식에는 성묘는 하지만 벌초는 하지 않는다. 벌초는 일부 지역에서 금초(禁草)라고도 하는데, 주로 백중(百中, 음력 715) 이후 추석 이전에 이루어진다. 백중을 지나 처서(處暑, 24절기중 14번째로 양력 823일 무렵)가 되면 풀의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이 시기에 벌초를 하게 되면 비교적 오랫동안 산소가 깨끗하게 보전된다고 한다. 추석에 성묘를 하려면 벌초는 추석 전에 끝내야 한다.

벌초를 하면서 조상 묘와 풍수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지난 5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조부 묘소가 풍수테러를 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누군가 무덤을 파헤치고 인분과 식칼, 부적 등을 놓아 두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나 종친회 측이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구가하고 있는 요즘 시기에 이같은 주술적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풍수는 유교 경전 가운데 하나인 주역(周易)’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땅의 형태나 방위를 인간의 길흉화복과 연결해 해석하는 이론이다. 풍수는 논리적 혹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이 보여준 사례는 풍수지리에 상당한 신경을 썼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김대중 전 대통령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4번째 대권 도전을 2년여 앞둔 1995년 그는 선친 묘소를 이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부친 묘소와 경기도 포천에 있던 모친 묘소를 경기도 용인시로 이전하여 합장을 했다. 당시 유명한 지관이었던 손 모씨에게 부탁하여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손 모씨는 이곳을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오는 명당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33년간 살았던 동교동 집을 떠나 일산의 단독주택으로 이사도 했다. 그리고 199712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런 사례 때문인지 정치권에서는 한동안 풍수 열풍이 일기도 했었다.

대선에서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조상 묘를 세 차례나 이장하였다. 이 전 총재는 제16대 대선을 1개월여 앞둔 200211월 충남 예산군 녹문리에 있던 선친의 묘를 충남 예산군 산성리로 이장했다가 주변 아파트 주민 등의 민원 제기로 20044월 다시 녹문리로 재이장하였다. 그리고 20076월 말에서 7월 중순 사이에 산성리에 있던 이 전 총재의 조상 묘 9기를 녹문리 선영으로 이장하였다. 이같은 조상 묘 이장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는 세 번의 대권 도전에서 모두 실패하였다.

이들 외에도 대권 후보자들의 풍수에 따른 조상 묘 이전 사례가 김종필 전 자민련 총, 이인제 전 민주당 대선후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그리고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의 인물들에게도 확인되었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제16대 대선을 1년 앞둔 20016월 충남 부여에서 예산으로 조상 묘를 이장하였었고, 17대 대선에 도전했던 이인제 전 의원은 충남 논산 연산면에 있던 모친 묘를 200m 떨어진 곳으로 이장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2016년 서울 우이동에 있던 조상 묘를 경남 함양으로 이장했으며,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한화갑 당시 민주당 대표는 2001년 부모의 묘를 목포 하당에서 충남 예산으로 옮겼었다.

위와 같은 사례에도 불구하고 풍수에 초연했던 인물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199212월 대선을 앞두고 풍수 대가가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려면 아호인 거산(巨山)‘을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하는 것은 풍수가 아니라 민심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조상들의 기운이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세상일에 대한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풍수지리에 의한 땅이 아니라 그 땅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벌초를 마친 뒤 조부님과 아버님 묘소에 간단한 차례를 올렸다. 당신들이 누워 계신 자리가 풍수에 의한 명당인지 여부는 가늠할 수 없지만, 당신의 후손들이 해마다 벌초를 하고 차례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에서 진정 이곳이 명당이라 위안해 보았다.

필자의 조상 묘에 대한 벌초 前(좌)과 後(우)의 모습
필자의 조상 묘에 대한 벌초 前(좌)과 後(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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