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예술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문제, ‘예술의 창조란 무엇인가’라는 말은 참으로 오래된 미학적 질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평범한 삶으로부터 유리되지 않은 예술의 구현이라는 기성세대의 오만과 편협함을 질타하기 위한 도전, 혹은 전통예술이 추구하던 위계적인 미의 개념에서 벗어나 보다 확장된 의미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창출하기 위한 원론적 기제이며 작가들 스스로 또 한 번의 성찰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혜순 작가가 구상과 추상, 그리고 오브제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거치며 왕성한 창작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최근 8. 3~7일까지 런던의 피츠로비아 갤러리에서 금속회화전을 개최한 이 작가는 이어 8. 12일에는 런던 사치갤러리에서도 금속회화 작품 12점을 전시, 성황리에 전시를 마쳤다. 현대미술품 컬렉터인 찰스 사치가 1985년 설립한 사치갤러리는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 조명, 후원하며 현재 세계 현대 미술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갤러리로 알려져 있다. 차가운 금속에 은닉된 따뜻한 은유를 입힌 이혜순 작가의 금속회화의 형용할 수 없는 매력에 매료된 관람객들은 깊은 관심과 찬사를 보냈다. 평면회화와 금속공예가 접목된 금속회화라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이 작가는 금속 백동판에 직접 드로잉하는 유일한 작가로 금속회화를 통해 확장된 실험들을 지속, 회화적 변화를 모색해가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한 단계 더 승화시키고 있다.

금속의 차가움을 감싸 안은 따뜻한 은유와 감성적 아름다움을 두루 갖췄다는 이혜순 작가의 독창적인 금속회화는 새로운 시도들로 점철돼 있다. 금속만이 가지는 물성, 가공이 쉬운 재료적 특성, 표면의 세련된 광택, 그리고 사각의 판이라는 평면성에서 출발해 새기고, 두들기고, 갈아내는 작업을 반복하며 완성되는 그의 작품은 회화와 같은 입체감과 함께 우주공간처럼 신비하면서도 환상적이고 역동적인 공간감을 선사한다. 또한 변화, 통일, 균형, 율동, 대비, 대칭 등 명징하고도 다양한 시각적 추상 조형언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으며 빛의 따뜻함과 금속의 차가움이 공존하는 독특한 조형공간을 연출한다. 이처럼 이혜순 작가는 자신의 조형관을 끊임없이 심화, 발전시켜 나가면서도 다양한 사유를 통해 깊이 있는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며 대중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미술은 작가의 사회적, 개인적 현실에 대한 형상적 인식이다. 작가들의 작품 세계의 변모와 작가적 성숙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의 작업이 고유한 형식의 창안 등 미술 내적인 것으로 향하거나 새로운 주제의 발견 등 외적 확장을 통해 더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혜순 작가는 주제의 영역을 확장하는 외적인 확장과 새로운 형식의 창안과 매체의 발견, 장르의 확장 등 미술 내적인 것으로의 환원을 통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결국 이 작가의 미술은 미적 형식의 창조를 통한 내적 진실과 세상을 연계하는 뚜렷한 소통의 작업인 셈이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미술은 다양성과 다원성을 기반으로 하며 미술내의 장르별 구분이 와해되며 점점 미술 이외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미술 패러다임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소통과 참여를 전제로 하며 미술의 대중화 현상, 대중미술의 성장이라는 두 축이 함께 움직이며 예술의 다양성을 지향하고 있다. 때문에 작가들의 개인적 해석과 탐구를 통해 형상화된 다양한 예술세계를 우리는 시시각각 누리고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혜순 작가는 “예술이란 작가의 내면적 경험과 각성을 포함한 내면의 심상을 보여주는 형식적 창조이다. 예술가는 날마다 저항해야 하고, 날마다 성찰해야 하며, 날마다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정한 장르와 형식에 자신을 고착시키지 않고 구획되지 않는 경계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상징과 은유와 회화적 변주곡으로 구현해 가고 있는 이혜순 작가. 예술만이 줄 수 있는 순수한 열정과 생명력을 갈구하는 그가 지향하는 예술적 사유와 언어의 미학이 머물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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