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예술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문제, ‘예술의 창조란 무엇인가’라는 말은 참으로 오래된 미학적 질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평범한 삶으로부터 유리되지 않은 예술의 구현이라는 기성세대의 오만과 편협함을 질타하기 위한 도전, 혹은 전통예술이 추구하던 위계적인 미의 개념에서 벗어나 보다 확장된 의미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창출하기 위한 원론적 기제이며 작가들 스스로 또 한 번의 성찰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박윤배 작가
박윤배 작가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을 쏟으며 특정한 형식에 자신을 고착시키지 않고 구획되지 않는 경계를 넘어선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박윤배 작가가 예술을 향한 창작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박윤배 작가는 1979년과 1980년 프랑스 Lo-solon전에서 은상과 금상을 수상하는 등 우리 화단의 역량 있는 중견작가다. 회화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던 박 작가는 이후 ‘딱지’라는 오브제를 통해 대중들과 호흡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딱지’, 박윤배 작가는 세계 유일의 딱지미디어아티스트로 ‘딱지’를 재해석한 본인만의 예술을 지향하고 있다.

소생(蘇生)
소생(蘇生)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적인 입체를 가미한 그의 작품은‘딱지’를 통해 발현된다. 젊은 시절부터 신문을 많이 읽었던 박 작가는 단순히 신문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난 신문과 잡지의 중요한 기사를 채집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신문기사들이 계속 쌓이면서 이를 작품과 연계시키기 위해 많은 내용의 기사를 작은 공간에 함축해서 표현하는 방법을 놓고 고심하던 중 딱지로 접어 작품화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딱지아트는 일종의 타임캡슐로 과거와 현실을 서로 교차시키며 대중들을 추억 속으로 소환한다. 이처럼 딱지를 접어 이어붙이고 재구성하는 행위를 통해 하나의 조형언어로서 완성되는 평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작품은 박 작가의 예술적 감성을 관통하면서 그만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像

박 작가는“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미디어를 통해 기사 내용대로 형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만만찮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전혀 생소한 이 분야로 발을 들여놓은 지 13년째다. 어려서부터 귀감이 되는 글이나 기사 등을 읽는 걸 좋아했고 이를 스크랩해 많이 모아두었고 결국 그것을 압축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 유화 작품의 변화성과 압축법을 연구해 많은 양의 기사를 접을 수 있었다. 100년 후 펼쳐도 딱지로 접은 기사는 그대로 보존된다.”고 말했다.

19타임캡슐
19타임캡슐
19타임캡슐
19타임캡슐

박윤배 작가가 오브제로 사용하는 딱지는 정치·사회·문화 등 당시의 이슈와 유명인사의 기사만을 선별해 제작된다. 딱지들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고 그 위에 반복적인 드로잉으로 형과 공간 여백을 만들어간다. 주재료가 되는 신문의 변색을 막기 위해 신문지 양면에 손수 약품 코팅 처리함으로써 작품의 지속성을 높이고 있으며, 신문 재단과 코팅작업을 거쳐 딱지로 접는 데까지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핀셋으로 접어야 하는 5~7mm 크기의 딱지는 놀라울 만큼 정교하다. 시지프스 신화를 떠올릴 만큼 무한히 반복되는 고된 작업이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무수한 딱지들의 선과 면들은 평면의 회화에서 새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신문과 잡지의 기사에 담긴 컬러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도 좌우된다. 박윤배 작가는 이 모든 작품들을‘딱지 미디어 아트’라 통칭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문화예술계가 고사 위기에 처하며 미술인들의 고민 역시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주요 전시공간들은 휴관이나 전시 연기·취소로 올해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예약해 둔 전시들이 잇따라 취소·연기되면서 미술관뿐만 아니라 미술가들과 관련업체마저 피해를 입고 있다. 애써 문을 연 전시공간들도 관람객 발길이 뜸하다. 박윤배 작가는“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모든 미술인들이 활발하게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평범하지만 소중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하나가 되는 마음이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미술은 다양성과 다원성을 기반으로 하며 미술내의 장르별 구분이 와해되며 점점 미술 이외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미술 패러다임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소통과 참여를 전제로 하며 미술의 대중화 현상, 대중미술의 성장이라는 두 축이 함께 움직이며 예술의 다양성을 지향하고 있다. 박윤배 작가는“예술이란 작가의 내면적 경험과 각성을 포함한 내면의 심상을 보여주는 형식적 창조이다. 예술가는 날마다 저항해야 하고, 날마다 성찰해야 하며, 날마다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만이 줄 수 있는 순수한 열정과 생명력을 갈구하는 박윤배 작가. 그가 지향하는 예술적 사유와 언어의 미학이 머물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보다 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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