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예술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문제, ‘예술의 창조란 무엇인가’라는 말은 참으로 오래된 미학적 질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평범한 삶으로부터 유리되지 않은 예술의 구현이라는 기성세대의 오만과 편협함을 질타하기 위한 도전, 혹은 전통예술이 추구하던 위계적인 미의 개념에서 벗어나 보다 확장된 의미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창출하기 위한 원론적 기제이며 작가들 스스로 또 한 번의 성찰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을 거쳐 다양한 장르와 각양각색의 예술적 개념이 혼재하고 있는 오늘날의 다변적인 현대 미술계에서 박종태 작가가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을 쏟으며 자신의 내면세계와 예술가로서의 자화상을 투영하고 있다. 박 작가가 바라보는 예술의 존재 의의, 즉 그가 바라보는 예술에 대한 관점은 어찌 보면 매우 포괄적이며, 한편으론 폭넓은 통찰력과 휴머니즘을 기조로 예술의 가치를 거시적면서도 예민하게 포착하고 있다. 특정 재료와 기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을 지속해오며 독보적인 화도를 구축하고 있는 그는“예술이란 작가의 내면적 경험과 각성을 포함한 내면의 심상을 보여주는 형식적 창조”라며“작가라면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담아 현상을 새로이 해석하고 다양한 표현방법을 통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술의 영역에서 무한히 새로운 양태를 모색하는 것, 그것은 바로 황무지를 일구는 개척자의 정신과도 통하는 일로 작가 정신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구상과 추상, 그리고 오브제(콜라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거치며 왕성한 창작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박종태 작가는 다양한 오브제와 구조적 조형요소들을 활용하여 예술적 사유로 표현하는데 집중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정립해 가고 있다.

박종태 작가는 그동안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파쇄지를 이용한 입체작업으로 평면입체예술을 다양한 조형적 변주로 풀어내고 있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작업으로 점철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입체성을 가진 잡지나 신문을 잘게 찢어 해체한 후 다시 그 조각조각을 판넬 위에 올려 물성만을 갖고 재구성 한다든지, 집에서 신던 슬리퍼를 잘게 조각낸 후 판넬 위에 다시 이어 붙여 변형된 슬리퍼의 형태를 만들어 보거나, 또는 유리병을 깨뜨린 후 그 조각들을 다시 이어붙이는 작업 등 부수는 행위와 재구성하는 행위를 통해 하나의 조형언어로서 드러난 작품의 미니멀적인 의미는 그의 예술적 감성과 정확히 일치한다. 박 작가는“종이 파쇄 행위는 다분히 의도적이며 이러한 일련의 행위 역시 파괴가 아닌 변화의 일환”이라며“종이 본래의‘형’을 변형시켜 용도변경을 시도한 것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능동적인 창작행위”라고 말했다. 종이 위에 기록된 수많은 글씨를 인위적으로 해체하고 다시 재배열하는 것. 즉 문자가 기록된 책을 기존의 형태에서 벗어나게 하여 다른 관점으로 관찰하고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하는 것이 바로 그의 작업이다. 박종태 작가는“작은 종이조각 위의 형태와 글씨는 제각기 작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 작품은 이 메시지들을 엮어 통일된 메시지로 만드는 것”이라며“수많이 흩어져있는 문자는 끊임없이 확산과 응집하며 자기운동을 통한 조합과 조율의 과정을 거쳐 변화무쌍한 생명을 만들게 된다. 즉 확산과 응집을 통해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박 작가는 다수의 취향에 영합하거나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자신의 조형관을 보편화하지 않으며 본인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대중취향적 표현방식으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작위적이고 합목적인 의도보다는 작업 중 발현되는 감흥과 영감의 내습을 중시하며 즉흥적인 구도와 색감, 대상의 배치를 즐기는 박종태 작가의 작품들은 미니멀한 차가움을 감싸 안은 따뜻한 은유와 감성적 아름다움을 두루 갖추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그는 쿤스트 취리히 아트페어의 동양작가 중 유일하게 3회의 초청 경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쿤스트 취리히 아트페어는 스위스 내 20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 있는 명성 있는 아트페어로, 특히‘쿤스트 19 취리히’에서 박 작가는 스위스의 미술잡지사 INEWS 의 대표인 ANTONIO CAMPANILE 의 극찬을 받으며 스위스를 시작으로 유럽전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미술은 작가의 사회적, 개인적 현실에 대한 형상적 인식이다. 작가들의 작품 세계의 변모와 작가적 성숙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의 작업이 고유한 형식의 창안 등 미술 내적인 것으로 향하거나 새로운 주제의 발견 등 외적 확장을 통해 더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박종태 작가는 주제의 영역을 확장하는 외적인 확장과 새로운 형식의 창안과 매체의 발견, 장르의 확장 등 미술 내적인 것으로의 환원을 통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결국 박 작가의 미술은 미적 형식의 창조를 통한 내적 진실과 세상을 연계하는 뚜렷한 소통의 작업인 것이다.

박종태 작가는“예술이란 작가의 내면적 경험과 각성을 포함한 내면의 심상을 보여주는 형식적 창조다. 예술가는 날마다 저항해야 하고, 날마다 성찰해야 하며, 날마다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정한 장르나 형식에 자신을 고착시키지 않고 구획되지 않는 경계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상징과 은유와 회화적 변주곡으로 구현해 가고 있는 박종태 작가. 예술만이 줄 수 있는 순수한 열정과 생명력을 갈구하는 그가 지향하는 예술적 사유와 언어의 미학이 머물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보다 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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