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실험동물 사용실태, 전년 대비 11.5% 증가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동물실험 공공·민간 대안 마련 동참 필요성 제기

이미지 출처 :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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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 이하 HSI)이 늘어나는 동물실험 조사 결과에 대해 대안 마련을 위한 공공과 민간의 동참 필요성을 제기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20년 실험동물 사용 실태에 따르면 2020년 실험된 동물의 수는 414만 1,433마리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5년전 287만 여 마리가 실험 된 2016년 수치와 비교했을 때에 비하면 43.8%가 늘어난 수치다.

한편 지난 19일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동물의 법적 지위 조항을 신설하는 민법에 대한 입법 예고를 발표했다. 이번 민법 예고는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로 환영하는 바이다.

하지만 HSI는 실험동물 실태 조사를 고려한다면 동물실험을 요구하는 여러 부처들의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한 대체 방법 도입 등 적극적인 정책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태 조사의 세부 항목을 보면 법적인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한 규제시험이 179만 5,709마리로 가장 많은 실험이 되었다. 법적 규제시험 부문 중에서는 효능과 내성 테스트를 위해 29만 9,344마리가 실험 되었는데, 이는 2019년에 비교하여 약 900% 늘어난 수치이다. 반면 공업용 화학물질 관련 법률에 따른 시험으로는 전년 대비 43% 감소한 29,810마리가 실험됐다.

HSI의 주요 입법 활동이었던 화학물질 등록을 위해 시험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동물대체시험법 활용을 우선시하도록 하는 조항이 통과되어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한국은 사회 전반적으로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반영하는 국가다. 하지만 동물실험에 있어서는 오래된 동물모델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검증된 비동물 시험방법도 활용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제약회사와 해외 정부기관들을 중심으로 사람의 장기를 모사하는 장기칩 또는 오가노이드와 같은 기술과 컴퓨터 기반의 인실리코 같은 방법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동물모델로 사람의 치료법을 연구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안전성과 효능 평가를 향상시켜 임상시험 단계에서 후보 물질 선정의 실패율을 줄일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가진다.

작년 교육부는 올해부터 전국 9개 국립대학에 동물실험센터 신축을 위해 1,5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신축 계획의 이유는 ‘윤리적인 동물 사육 및 실험’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2021년 경북, 부산, 전북, 전남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충북, 강원, 제주, 2023년에는 충남, 경상에 새로운 동물 실험 센터가 건설될 예정이다. HSI는 올해 초 교육부에 새로운 센터 설립에 동물실험 기반이 아닌 동물대체시험이 가능한 인프라 확장에 투자할 것을 제안했지만 부처는 제안을 불채택 했다.

국내 최대규모의 바이오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부처에서도 동물실험 대안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는 극히 소극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홍익표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 받은 동물실험과 대체 방법을 활용한 사업 예산 비중에 대한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유전자마우스 공급과 모델동물자원 사용을 위한 실험동물 활용 명목의 예산이 전체 예산 중 28.6%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물 모델을 대체하여 사람 생체조직을 활용한 차세대 기술 개발 예산은 전체 예산 대비 1.36%에 불과했다.

홍익표 의원은 “2020년 동물실험 실태 자료는 동물의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바이오 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의 관심이 그동안 전무했음을 보여준다”며 “사람을 모사하는 실험방법 개발은 궁극적으로 사람에 대한 치료를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목적이 있다. 사회적으로 동물보호를 위한 우리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실험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기술을 이용한 바이오 연구 지원에 더 많은 정부의 투자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국엔 이것이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HSI 서보라미 대표대행/정책국장은 “2020년 실험동물 실태는 정말 암울한 동물실험 현황을 보여준다. 동물보호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높아가지만 시민이 볼 수 없는 실험실에서는 2020년 매일 만 마리 이상이 실험으로 죽어갔다”라며 “과학계와 중앙부처들을 중심으로 더 많은 동물실험이 더 나은 과학이라는 분위기를 깨고 공공, 민간기관이 함께 모여 동물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하며,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비동물 시험법 개발, 보급, 이용을 확산하기 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월 보건복지위 남인순 의원은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 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중앙정부기관이 함께 동물의 고통 없이 과학 연구를 지원하고, 활용을 촉진시키기 위한 전략적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한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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