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가 선진국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고 남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UN Conferance on Trade and Development)에서의 우리나라 소속 그룹이 조정되었다는 것이다. 즉, UNCTAD 내에는 아시아·아프리카 등 주로 개도국이 포함된 그룹 A, 선진국 그룹 B, 중남미 국가들이 포함된 그룹 C, 그리고 러시아·동구권 그룹 D 등 4개 그룹이 있는데, 그동안 A 그룹에 속해 있던 우리나라의 소속이 B그룹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 폐막 세션에서 우리나라의 지위를 그룹 A에서 그룹 B로 변경하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UNCTAD에서 지위가 선진국으로 변경된 사례는 1964년 이 기구가 창설된 이래 처음있는 일이라고 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눈부신 발전사는 전세계를 통틀어 자랑스런 업적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약 35년에 걸친 일제 식민치하를 벗어나자마자 19505년 6월 25일 동족상잔의 처절한 전쟁을 겪으며 현대사의 출발점에 설 수 밖에 없었다. 6·25 전쟁이 끝난 1953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였다.

폐허가 된 땅 위에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이었다. 1953년부터 1960년 사이 미국의 원조는 총 17억 달러에 이르렀는데, 이는 당시 우리나라 예산의 4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유엔 차원에서도 한국통일부흥위원단(UNCURK, UN Commission for the Unification and Rehabilitation of Korea)과 한국재건단(UNKRA, UN Korean Reconstruction Agency)을 중심으로 전쟁 중은 물론 전후에도 대한민국 경제 재건 및 수호 임무를 수행해 주었다. 또한 우리나라는 1984년까지 유엔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me)으로부터 식량 지원, 홍수 통제, 도로 건설 등 총 23개 사업에 걸쳐 1억 450만 달러 상당의 지원을 받았다.

위와 같이 우리 대한민국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혜택을 받은 원조 수혜국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고 세계사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962년부터 1981년까지 5년 단위로 4차례에 걸쳐 실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이러한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경제 규모 면에서 세계 10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로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000만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국가)에 가입함은 물론 G7 정상회의에 2년 연속으로 참가하였다.

위와 같은 경제발전을 통해 우리나라는 1996년 11월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rperation and Development)에 가입하였다. 그리고 13년 만인 2009년 선진국 클럽인 개발원조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가입하였다. DAC는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차관을 제공하는 나라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른바 ‘공여국 클럽’ 혹은 ‘원조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의 DAC 가입은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지위가 바뀌는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공여국 지위에 오르면서 2018년 2월 1일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인도적 목적의 식량을 지원하는 국제협약인 식량원조협약(FAC, Food Assistance Convention)에 가입하였다. 그리고 2018년부터 매년 5만톤의 쌀을 예멘, 에디오피아, 케냐, 우간다 등 4개국에 지원하였다. 올해의 경우는 코로나 사태로 식량위기가 악화된 상황을 고려하여 기존 4개국 외에 시리아와 라오스 등 2개 국가를 추가하여 6개국에 쌀을 지원할 것이라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3월 4일 밝혔다.

원조 수혜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원조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유일한 나라로서 글로벌 시대에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의 어렵고 힘겨웠던 과거의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얻게 된 오늘까지 우리 스스로가 흘린 땀을 소중하게 기억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의 미래는 바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나갈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7월초 대한민국은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 그룹에 소속되었다
7월초 대한민국은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 그룹에 소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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