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와 표준시

오늘 6월 21일은 24절기 중 10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인 하지(夏至)이다.

이날은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북반구에서는 하루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다. 남반구의 경우에는 반대로 이날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 된다. 이렇게 지구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낮과 밤의 길이가 차이가 나는 것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는 지구의 자전축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지구의 자전축은 태양 궤도상에서 23.5° 기울어져 있다. 이러한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로 인하여 낮과 밤의 길이가 다르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고위도 지방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같은 계절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지구에서의 시간과 계절은 태양의 일주운동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간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시각은 태양이 남중할 때이다. 태양이 남중한다는 것은 태양이 자오선상에 일치한 때를 말하는데, 이 때를 정오(正午)라고 하여 12시로 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서 자오선이란 남극과 북극을 지나는 남북 방향의 선을 말한다. 지구에서 위도 0°인 적도는 하나 뿐이지만 자오선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자오선의 기준이 되는 본초자오선(本初子午線)을 선정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몇몇 국가들의 신경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상의 시간을 정하는데 있어 기준이 된다는 상징성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신들의 나라를 기준으로 정하려 했다. 그 중 대표적인 후보들이 미국 백악관 자오선, 프랑스 파리 자오선, 영국 그리니치 자오선 등이었다. 본초자오선을 정하던 시기가 19세기 말엽으로 당시에는 영국이 세계적인 해양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던 터라 1884년 국제협정에 의해 영국의 그리니치가 본초자오선으로 선정되었다. 결국 경도 0°인 영국 그리니치가 표준시의 기준이 되었고, 각각의 나라는 자신들이 위치한 표준 경도에 따라 표준시를 정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본초자오선을 기준으로 지구 360를 24시간으로 나누면 경도 15°마다 1시간의 시차가 생긴다. 우리나라의 경우 표준 경도를 동경 135°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그리니치 표준시 보다 9시간(135°÷15°=9) 빠르다.

그런데 경도 15°마다 1시간의 시차가 있는 관계로 나라의 영토가 넓어 경도 15°이 상의 영토를 보유한 국가는 2개 이상의 표준시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한 국가 내에서는 편의를 위해 특정 지방의 표준시를 공통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에서 철도가 발명되고 운행되면서 생겨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필요성에서 표준시 정착이 앞당겨졌다. 실제로 여러 지역을 운행하는 기차가 정확한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해야 하는데, 19세기 영국에서 동네마다 다른 시간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시간을 하나로 통일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1840년 11월 영국 철도회사 ‘그레이트 웨스턴 레일웨이’에서 처음으로 모든 기차역에 동일한 시간을 쓰기로 했다. 정확한 시간을 잴 수 있는 설비가 마련된 런던 근교의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측정한 시간을 전신기로 각 기차역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영국 전역의 철도역 시간이 통일되었다. 이후 40년이 지난 1880년 8월 2일 영국 의회에서 ‘표준시간법’이 통과되면서 그리니치 표준시가 영국의 표준 시간으로 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로 넓은 영토를 지닌 국가는 여러 개의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캐나다와 미국은 1884년 샌포드 플레밍(Sandford Fleming, 1827∼1915년)의 제안에 의하여 두 나라 공통으로 5개의 표준시를 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는 서경 60°, 75°, 90°, 105°, 120° 등이다.

반면, 중국은 동서 지역간 8시간의 시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인 베이징(동경 120°) 시간을 표준시로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 본토와는 다른 시간대를 정할 권리가 있으나, 모두 중국 본토와 같은 시간을 쓰고 있다.

표준시에 대한 개별 국가의 결정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경우도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영토의 경도는 동경 125°∼131° 영역에 있다. 따라서 우리의 표준시는 15°를 기준으로 할 경우 동경 120° 혹은 동경 135°를 따르면 되고, 15°의 절반인 7.5°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127.5°를 취하면 된다. 현실적으로 동경 120°는 중국 베이징이 표준시로 정하고 있고, 135°는 일본 도쿄가 표준시로 취하고 있다. 이미 설명한 것처럼 표준시는 편의를 고려하여 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현재 도쿄의 135°를 표준시로 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지난 1954년 3월 21일부터 동경 127° 30′을 표준시로 지정하여 사용하다가 1961년 8월 10일부터 135°로 환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가 127° 30′을 표준시로 사용하였을 때에는 일본과 30분의 시차를 두고 생활하기도 하였다.

표준시와 관련하여 북한이 지난 2015년 8월 15일부터 동경 127° 30′을 기준으로 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로 인하여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사이의 업무 개시 및 마감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 우리측(남측) 연락관이 우리 시간으로 오전 9시에 업무 개시를 위한 전화를 하면 북측은 그 시간이 오전 8시 30분이라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업무 개시 전화는 9시 30분에 이루어졌고, 업무 마감시간은 우리가 오후 4시여서 전화를 하면 북측은 오후 3시 30분에 업무를 끝내는 셈이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운영은 북한이 2018년 5월 8일부터 우리와 같은 시간에 전화 통화를 하면서 996일 만에 정상화되었다.

태양이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 하지인 오늘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된다. 기상청이 내놓은 ‘2021년 여름철 3개월 전망 해설서’에 의하면 올 여름은 평년 보다 더 더울 것이라고 한다. 모두들 여름 더위 잘 이겨내시고, 점차 높아지고 있는 백신 접종율과 더불어 올 가을엔 우리 모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세계 표준시의 기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
세계 표준시의 기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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