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端午)날 문득

오늘 6월 14일은 음력으로 5월 5일, 곧 단오날이다.

단오의 단(端)은 처음 곧 첫 번째를 의미하고, 오(午)는 다섯 오(五)와 같은 뜻으로 단오는 곧 초닷새라 하겠다. 특히 음력 5월은 양력으로 6월 즈음이며, 하루 중 낮이 가장 길어지는 하지에 가까운 시기라 일년 중에서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기도 하여 예로부터 단오날을 큰 명절로 여겨왔다. 실제로 조선 중종 13년(1518년) 8월 12일 기록을 보면 단오를 정조(正朝, 오늘날의 설날) 및 추석과 함께 ‘3명일(三名日)’의 하나로 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단오날의 기원은 중국 초나라 회왕(懷王)의 대부로 활약했던 굴원(屈原, BC343∼BC278)의 고사에 기인한다. 굴원은 모함을 입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음을 알고 기원전 278년 5월 5일 멱라강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였다. 근처에 있던 백성들이 그의 시신을 찾으려 했으나, 여러 날 지나도록 찾지 못했다. 사람들은 찾지 못한 굴원의 시신을 물고기들이 헤치지 말라고 강에다 쌀을 뿌려주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 후 사람들은 매년 5월 5일이 되면 멱라강에서 쌀을 뿌려주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점차 풍습으로 자리 잡았으며, 세월이 흘러 단오절이 되었다.

농업이 주요한 경제기반이었던 과거에는 음력 5월 5일 쯤이면 모내기와 보리베기 등 바쁜 봄철을 지내고 본격적인 여름 농사를 준비하는 다소 한가한 시기였다. 때문에 단오날을 맞아 사람들은 다양한 풍속놀이를 즐기게 되었다. 이를테면 창포에 머리감기,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쑥과 익모초 뜯기, 부적 만들어 부치기, 단오 비녀꽂기 등과 같은 풍속과 함께 그네뛰기, 석전(石戰), 씨름, 활쏘기 등과 같은 놀이들이 행해졌다.

이와 같은 풍속 놀이는 오늘날에도 우리 생활 저변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즐기지는 못하지만 올해 단오날을 맞아 전국 지반자치단체별로 다양한 행사들이 추진되고 있다. 10일부터 경북 예천에서는 ‘2021 단오장사 씨름대회’가 개최되고, 11일에는 국립민속박물관 주최로 단오체험 행사가 열린다. 이외에도 부산박물관이 주관하는 단오맞이 다도 체험, 전라남도 농업박물관의 창포 머리감기와 전통 두부 만들기 행사, 울산시 주관의 단오절 행사, 대전무형문화제전수회관 주관의 전통 공연 행사 등이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단오날에 생각나는 가장 빛나는 스타는 단연 ‘춘향’이다. 단오날 남원 광한루에서 그네를 타는 모습에 반한 남원부사의 아들 이몽룡이 춘향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 눈에 반한 이몽룡이 방자를 춘향에게 보내 데이트를 신청했으나, 방자가 받아온 답장은 “안수해, 접수화, 해수혈.”(雁隨海, 蝶隨花, 蟹隨穴)이라는 아홉 글자였다. 이는 기러기는 바다를 따르고, 나비는 꽃을 따르고, 게는 구멍을 따른다는 뜻으로 춘향에게 관심이 있으면 이몽룡 자신이 직접 찾아와 데이트를 신청하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알아들은 이몽룡의 다음 행동으로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최고의 러브스토리가 되었다.

오늘 단오날!

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하기 전 잠시나마 쉬어가는 시기에 우리의 전통 풍속과 놀이를 통해 단오의 의미를 헤아려 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19로 인하여 다양한 단오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내년 단오날에는 우리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매년 단오날 실시되고 있는 강릉 단오제의 한 장면
매년 단오날 실시되고 있는 강릉 단오제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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