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20세기 복합재료와 복합미디어(mixed-media)의 활용은 현대 미술 분야에 매우 큰 도약과 표현 영역의 확대를 가져왔다. 현대미술에서 주목되는 근본적인 변화는 작품자체의 존재방식이‘열린 개념’의 존재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더니즘적 사고인 시간의 연속성이라는 개념 대신 불연속적인 개념에서 파편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현대의 많은 작가들은 더 이상 과거의 미술에 머무르지 않고 미술과 인접한 비 미술의 영역에 관심을 갖고 다른 기법을 탐구하면서 각 영역간의 교류를 촉진시키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장르의 결합과 더불어 다양한 매체의 수용은 미술의 개념을 확장시키는데 또 하나의 역할을 담당한다. 표현의 방법에 있어서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표현방식의 무한한 자유화로 그것을 허용하는 시대적 분위기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성 중 하나인‘양식의 다원성’을 추구한 결과다.

박종태 작가
박종태 작가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을 쏟으며 특정한 형식에 자신을 고착시키지 않고 구획되지 않는 경계를 넘어선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박종태 작가가 예술을 향한 창작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파쇄한 종이를 이용한 다양한 입체작업으로 새로운 작품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박종태 작가는 평면입체예술을 다양한 조형적 변주로 풀어내며 그만의 고유한 미학세계를 경주하고 있다. 조각을 전공한 그는 2012년 박사과정에 입학,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서 조각에서 평면입체로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 3차원인 조각 연구를 통해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적인 입체를 가미한 그의 작품은‘종이에 관한 생각’이란 주제로 발현된다. 입체성을 가진 잡지나 신문을 잘게 찢어 해체한 후 다시 그 조각조각을 판넬 위에 올려 물성만을 갖고 재구성한다든지, 집에서 신던 슬리퍼를 잘게 조각낸 후 판넬 위에 다시 이어 붙여 변형된 슬리퍼의 형태를 만들어 보거나, 또는 유리병을 깨뜨린 후 그 조각들을 다시 이어붙이는 작업 등에 몰두하며 부수는 행위와 재구성하는 행위를 통해 하나의 조형언어로서 드러난 작품의 미니멀적인 의미는 그의 예술적 감성과 일치하면서 평면입체작업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박종태 작가가 표현해 내는 평면입체예술은 그동안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들로 점철돼 있다. 그는 종이 파쇄 행위가 다분히 의도적이며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파괴가 아닌 변화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종이 본래의‘형’을 변형시켜 용도변경을 시도한 것은‘새로운 창조를 위한 능동적인 창작행위’라는 것. 종이 위에 기록된 수많은 글씨를 인위적으로 해체하고 다시 재배열하는 것. 다시 말해 문자가 기록된 책을 기존의 형태에서 벗어나게 하여 다른 관점으로 관찰하고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하는 것이 바로 그의 작업이다. 박종태 작가는“작은 종이조각 위의 형태와 글씨는 제각기 작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 작품은 이 메시지들을 엮어 통일된 메시지로 만드는 것”이라며“수많이 흩어져있는 문자는 끊임없이 확산과 응집하며 자기운동을 통한 조합과 조율의 과정을 거쳐 변화무쌍한 생명을 만들게 된다. 즉 확산과 응집을 통해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작업이 완성되기까지는 그야말로 수고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파쇄된 종이들을 먹과 수성물감, 수성접착제를 이용해 손수 패널 위에 일일이 쌓아올리는 작업과정은 시지프스 신화를 떠올릴 만큼 무한히 반복되는 고된 작업이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무수한 종이의 선과 면들은 평면의 회화에서 새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박사과정 예술학 전공교수이자 미술평론가인 장미진 교수는“박종태 작가의 작품은 오늘날의 문화체계와 지식 정보사회의 허상에 대한 남다른 시선과 정신적 대안을 모색하는 선적 수행 및 명상의 태도에서 진행된 결과물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양의 전통매체인 먹을 주로 사용하여 우주의 현색이 품고 있는 정신적인 깊이와 현대적 감각을 아우르고 있어 주목된다. 동‧서양 예술사유의 조화로 빚어낸 작품들이 많은 이들에게 감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평한 바 있다.

박종태 작가에게 작업은 삶 일부가 아닌 버릇이자 일상이며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매개이자 또 다른 그림을 그리기 위한 영감이다. 머릿속에 담겨진 정신적, 감성적인 느낌을 주관적 시각으로 그대로 표현해 내면서 예술을 향한 창작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박 작가는 다수의 취향에 영합하거나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보편화하지 않으며 본인의 작품을 알리고자 대중취향적 표현방식으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작위적이고 합목적인 의도보다는 작업 중 발현되는 감흥과 영감의 내습을 중시하며 즉흥적인 구도와 색감, 대상의 배치를 즐긴다. 이처럼 그의 작품들은 미니멀한 차가움을 감싸 안은 따뜻한 은유와 감성적 아름다움을 두루 갖추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는 쿤스트 취리히 아트페어의 동양작가 중 유일하게 3회 초청 경력을 가지고 있다. 쿤스트 취리히 아트페어는 스위스 내 20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 있는 명성 있는 아트페어로, 특히‘쿤스트 19 취리히’에서 박 작가는 스위스의 미술잡지사 INEWS 의 대표인 ANTONIO CAMPANILE 의 극찬을 받으며 스위스를 시작으로 유럽전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미술은 작가의 사회적, 개인적 현실에 대한 형상적 인식이다. 작가들의 작품 세계의 변모와 작가적 성숙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의 작업이 고유한 형식의 창안 등 미술 내적인 것으로 향하거나 새로운 주제의 발견 등 외적 확장을 통해 더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박종태 작가는 주제의 영역을 확장하는 외적인 확장과 새로운 형식의 창안과 매체의 발견, 장르의 확장 등 미술 내적인 것으로의 환원을 통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결국 그의 미술은 미적 형식의 창조를 통한 내적 진실과 세상을 연계하는 뚜렷한 소통의 작업인 셈. 박 작가는“앞으로도 조각과 평면입체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감과 동시에 설치와 작품에 대한 영상작업도 병행하고 싶다.”며“유연한 사고로 신념을 내면화하면서 끊임없이 사유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창작의 미로에서 늘 새로움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감정과 의식에 집중한 탈 정형화된 작품을 견지해가고 있는 박종태 작가. 그가 지향하는 예술적 사유와 미학이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보다 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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