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김승현 기자] 미학은 아름다움에 대한 학문만이 아니다. 미학은 본디 감성학이며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무엇이라도 미학의 범주에 속한다. 훌륭한 예술작품 중에는 아름답기보다는 거룩한 것이 더 많다. 추사 김정희의 추사체가 바로 그렇다. 불계공졸(不計工拙).‘잘되고 못됨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조선 후기 최고의 명필로 손꼽히는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선생이 작품 첫 머리에 찍는 두인으로 사용했던 문구다. 추사체의 형태나 구조는 결코 아름답지 않으며 오히려 기괴하거나 괴상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미’의 영역과는 반대편에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 와서도 여러 평가가 분분하다.

정용운 서예가
정용운 서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사 김정희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예술가로 인문학 전반에 걸쳐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사상가이고 학자이며 서예가이다. 미술사학자인 근원 김용준은“우는 듯 웃는 듯, 춤추는 듯 성낸 듯, 세찬 듯 부드러운 듯, 천변만화의 조화가 숨어 있다.”추사의 글씨에 대해 감탄했다. 추사의 예술과 추사일파를 공부하지 않고 조선후기 예술사를 논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전통서예에 매진하며 한국의 예술성을 널리 알리고 있는 한 서예가가 우리 서단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추사의 서풍을 계승하며 추사가 이룬 탁월한 조형미학의 성취를 자신의 개성으로 재창조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송제 정용운 서예가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전통의 방식을 중시하면서도 자신만의 주관적인 통찰을 통해 전통서예의 기법을 더욱더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현대적인 미적 감수성에 부응하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절치부심 전통서예에 매진하고 있다.

전통서예의 기본기를 다진 그는 탁월한 예술성을 바탕으로 각종 공모전에 출품하며 대외적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하였고, 현재 정통 추사체를 중심으로 예서와 한글을 융합한 서예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용운 서예가는“글씨란 잔재주를 부리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 서법에 충실하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덕을 기르면서 정신을 수련하는 것이다. 올바른 정신으로 무난한 인간 생활을 위해 빠질 수 없는 것이 서예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사체의 가치는 무조건 추사의 진적이라고 해서 인정받을 수는 없으며 추사체의 면모가 확실하고 또 수준 높게 발현된 작품만이 진정한 추사체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정용운 서예가는“중요한 것은 김정희의 정신이지 형식이 아니다. 현대의 우리에게 한나라나 송나라, 북위가 생명력 있게 다가오긴 힘들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찾아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추사의 껍데기만 배우고 그의 알맹이를 배우지 못한다면 그에게도 누가 되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추사 김정희의 이념과 정신을 말하는 것이 그의 서체를 말하는 것보다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붓·먹·종이·벼루인 문방사우를 가까이 해왔다. 전통사회에서 서예는 군자의 덕목이며 심성을 바르게 하는 수양의 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중들의 관심이 서예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그 진정한 가치도 외면당하고 있다.
과거 서예는 교과 과정에 포함될 정도로 보급됐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소수 전문가들의 예술활동, 혹은 서예 동호인들이나 하는 취미활동 정도가 되어 가정에서는 붓과 먹, 벼루가 사라지게 되었고 이들을 취급하는 필방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동네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서예학원도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정규수업에서 제외되며 방과 후 수업으로 전환되었으며 그마저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민족 고유의 한글 서예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반면 외국에서는 문자 자체로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정용운 서예가는“서예는 인내력, 집중력을 기르는 인성교육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서예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최근 젊은 세대들은 입시교육에 더 치중하다 보니 학생들이 많이 감소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며“우리 전통의 서예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국민들의 관심과 더불어 전통서예의 필요성을 알릴 수 있는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서예가의 길을 가고 있지만 서예에 대한 그의 열정은 더 뜨겁다. 정용운 선생은 “언제나 정신을 가다듬고 한 점, 한 획, 정성을 다하여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무아지경에 빠져 평온한 마음이 된다.’며“서예는 개인의 학문, 성격, 재능, 의지 등을 골고루 보여주며 연마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한 수양과 정서함양에 큰 역할을 한다. 하얀 화선지를 펴 놓고 먹을 갈 때 느끼는 희열과 빈 화선지 위에 고운 필선을 수놓는다는 느낌은 그야말로 서예만이 가지는 매력으로 화선지 위에 먹선 하나 긋는 것 자체로만으로도 깨달음을 주고 얻기도 하는 서예는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이라고 전했다.
 
정용운 서예가는 대한민국 서예,서화대전 대상 및 특선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평생교육원 및 문화센터에서 한국서예 미학에 대한 서예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국추사체연구회 및 여러 서화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추사가 꽃피웠던 학문과 예술의 정수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 절치부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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