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살리는 가장 기초적이면서 쉬운 방법으로 분리 배출을 들 수 있다. 본인이 발생시키는 쓰레기를 분리해서 올바르게 버릴수록 재활용 비율을 높일 수 있고 이는 곧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자원을 감소시킴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부터 쓰레기 분리 배출 방법이 보다 엄격해졌다. 정부가 고품질의 재활용 원료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물이나 음료를 마신 후 나오는 투명페트병은 내용물을 깨끗하게 버리고 세척한 후 라벨을 떼고 찌그러뜨린 다음 뚜껑을 닫아 별도 수거함에 분리 배출해야 한다.
이 제도를 시행한 이후 예전에는 쓰레기를 버릴 때 가능했던 방식이 엄격히 금지된다거나 다시 분리배출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각 가정마다 쓰레기를 버리기 전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숙지하느라 정신 없던 한 달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을 하면서 느꼈던 점은 모두 같을 것이다. 라벨지 떼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 라벨이 붙어 있으면 재활용 수거 거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라벨을 완벽히 떼야 하지만 생산 단계에서 페트병의 몸통과 꼭 달라붙어 있는 라벨을 쉽고 빠르게 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다. 쉽게 뗄 수 없는 라벨지를 만들어 놓은 생산자 보다는 모든 책임과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 때문이다. 게다가 귀찮다는 이유로, 라벨을 떼기 힘들다는 이유로 등 실제 공공 재활용 선별장의 실제 재활용 비율은 50%를 넘기기 힘든 경우가 대다수다.
유난히 낮은 투명페트병의 재활용 비율이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다. 쓰레기 하나를 버리는데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가 과하게 들다 보니 의례 '이것 하나쯤이야'라며 포기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페트병을 잘 분리 배출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페트병에 사용되는 라벨 포장재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쓰레기 감소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페트병 덩어리에서 뽑힌 실은 아웃도어 옷이나 신발 등 의류제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최근 유명 의류업체에서 재활용 의류를 선보이며 그린운동을 할 수 있는 이유 역시 우리들의 재활용 덕분인 것이다.
하지만 페트병 재활용 비율이 낮은 이유를 소비자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마도 억울한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생산단계에서 라벨을 쉽게 뗄 수 있도록 절취선을 만들어 놓거나 라벨 자체를 없앨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브랜드에서 이러한 페트병의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이에 최근 환경부와 홈플러스는 2022년까지 10만톤 이상의 고품질 페트 재생원료의 국내 생산을 달성하기 위해 친환경 재생원료 사용확대를 공동 선언했다. 홈플러스는 2025년까지 전환 가능한 품목을 재활용이 쉬운 재질과 구조로 개선하기 위해 판매 상품의 포장재 중 국내산 페트 재생원료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따라서 페트 포장재의 경우 유색 페트는 무색으로, 몸체와 뚜껑을 분리할 수 없는 포장재는 분리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면 재활용 비율이 그만큼 늘어나고 소비자 역시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대형마트 자체에서 이러한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고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2022년까지 10만톤 이상의 고품질 페트 재생원료 국내 생산이 달성되면 그 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폐페트와 재생원료 물량을 전량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도 플라스틱 제도개선을 선언한 만큼 이젠 사기업도 나서야 할 때다. 플라스틱의 고부가가치 재활용 확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기업 이미지 홍보제고에도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없이 생산된 페트병 위로 제품명이나 브랜드 로고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투명 페트병에 새겨진 제품명과 문구는 소비자들에게 '홍보' 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할 수 있다. 마치 '깨진 유리창' 효과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