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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독도박사 정연철 칼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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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독도박사 정연철 칼럼-13
  • 정연철 전문위원
  • 승인 2021.03.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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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를 돌아보며

현대 국제법에서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3가지 요건은 국민, 영토, 그리고 주권이다.

여기서 주권이라 함은 다른 나라들과 외교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오랜 과거에는 국가를 구성하는 요건이 현재와는 사뭇 달랐다.

특히 유교를 바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동양권 국가에서는 해당 국가의 도읍지에 반드시 세 곳의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그 세 곳이 바로 임금(왕)이 머무는 궁궐,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사직단, 그리고 왕의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는 종묘를 말한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1394년 10월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하고, 궁궐인 경복궁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종묘를, 서쪽에는 사직단을 세웠다.

며칠 전 종묘에 들렸다.

서울에서 생활을 시작한지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종묘를 찾았다.

사적 제125호이고 국보 제227호인 종묘는 지난 1995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임에도 이제사 찾아보는 마음이 겸연쩍었다.

서울의 중심부인 종로3가에 위치하고 있는 종묘는 입구에서부터 조선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의 전통적인 기왓장 지붕과 대부분 맞배지붕으로 지어진 건축물들이며 흙바닥 길과 돌로 마감된 널따란 마당이 반갑기 그지 없었다.

조선은 불교로 인하여 쇠락을 거듭하던 고려를 역성혁명이란 명분으로 무너뜨리고 유교를 근본이념으로 삼아 1392년 건국하였다. 그리고 유교 국가의 이념에 따라 도읍지인 한양에 왕이 머무는 궁궐 바로 옆자리에 종묘를 세운 것이 1395년이었다. 최초의 종묘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였지만, 왕조의 역사가 길어지고 종묘에 모셔야할 왕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종묘의 규모도 커지게 되었다. 종묘에는 정전(正殿)과 영녕전(永寧殿)이 있는데, 태조 이성계의 선대 4조 대왕을 별도로 모시고자 기존의 정전 서쪽에 영녕전을 건립하였다. 이때가 세종 3년(1421년)이었다.

정전에는 역대왕 18위와 추존 왕인 문조를 포함한 19위 및 왕비 30위 등 49위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그리고 영녕전에는 역대와 7위와 추존왕 9위 등 16위와 왕비 18위를 포함한 34위가 모셔져 있다.

조선의 역사가 519년간 27명의 왕이 존속하였음에도 정전에 18명의 왕과 영녕전에 7위의 왕 등 25위만 모셔져 있는 것은 왕의 생전의 업적과 관련이 있다. 왕으로 재위중 폭정으로 사후에 폐위된 연산군과 광해군의 신위는 정전과 영녕전 어디에도 없다. 조선시대 왕들은 세상을 떠난 뒤 3년상을 치른 다음 묘호(廟號, 임금이 죽은 뒤 생전의 공덕을 기리어 붙이는 이름을 말함)를 받았는데, 이들 2명은 묘호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한 때 폐위되었다가 숙종 때 복위된 단종(端宗)의 신위는 영녕전에 모셔져 있다.

이렇게 결정된 이유는 왕가의 혈통이어서 임금의 자리에 오르기는 했지만, 적통은 아니라는 ‘체이부정(體而不正)’의 정통성을 내세운 예율(禮律)의 결과라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단종은 영녕전이 아니라 정전에 모셔져야 한다. 다만, 폐위되었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복위되었다는 사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조선시대 왕들의 연대표를 살펴보면서 영녕전에 모셔진 왕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려 했다. 그 결과는 왕의 재임기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녕전에 모셔진 7명 왕의 재위기간을 보면 제2대 정종 2년 2개월, 제5대 문종 2년 3개월, 제6대 단종 3년 2개월, 제8대 예종 1년 2개월, 제12대 인종 9개월, 제20대 경종 4년 2개월, 그리고 제13대 명종 22년이다. 조선시대의 역사를 519년간 27왕으로 기준을 삼으면 평균 재위기간이 19년 넘으므로 이들 왕의 재위 기간은 참으로 짧았다. 다만, 명종은 재위기간이 무려 22년임에도 영녕전에 모셔진 것은 그의 형인 인종으로부터 왕위를 세습받은 사실이 고려된 것으로 여겨진다.

종묘에서는 역대 왕조의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를 종묘제례라고 하는데, 이런 전통이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봄·여름·가을·겨울 네 계절의 첫 달과 섣달(음력 12월) 등 매년 다섯 차례 정기적으로 제사를 올렸다. 그 외에도 나라에 좋은 일이 있거나 나쁜 일이 생겼을 때에는 수시로 임시제를 올렸고, 햇곡식이 생산되는 때에도 제사를 드렸다고 한다.

종묘제례는 다른 제사들과 마찬가지로 유교 예법에 맞추어 신(神)을 맞아하는 절차, 신을 즐겁게 하는 절차, 신을 보내 드리는 절차로 크게 구분하여 진행된다. 종묘제례는 광복 이후 한 때 중단되었다가 1969년부터 매년 양력 5월 첫째 일요일에 거행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하여 비공개로 시행하였는데,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을 보아가며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는 공간인 종묘.

누구나 한 번쯤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종묘 정전 전경: 필자 촬영
종묘 정전 전경: 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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