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김승현 기자] ‘일필휘지’와 ‘기운생동’으로 요약되는 서예는 역사가 유구한 동양의 전통예술이다. 점과 선·획의 태세·장단, 필압의 강약·경중, 운필의 지속과 먹의 농담, 문자 상호 간의 비례 균형이 혼연일체가 되어 미묘한 조형미가 이루어지는 서예는 ‘문화의 꽃’으로 우리 인간의 삶과 함께 가꾸어 오면서 언제나 인간 옆에 그리고 세계 안에 존재해 왔다. 운정 최재수 선생은 “서예는 개인의 학문, 성격, 재능, 의지 등을 골고루 보여주며 연마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한 수양과 정서함양에 큰 역할을 한다.”며 “하얀 화선지를 펴 놓고 먹을 갈 때 느끼는 그 희열과 빈 화선지 위에 고운 필선을 수놓는다는 느낌은 그야말로 서예만이 가지는 매력이다. 화선지 위에 먹선 하나로 마음을 전달하고자 긋는 것 자체로만으로도 깨달음을 주고 얻기도 하는 서예는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이라고 전했다.

운정 최재수 서예가
운정 최재수 서예가

운정 최재수 선생이 한국 추사체의 맥을 이어가며 추사 김정희의 발자취를 계승하고 있다. 4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오롯이 서도에 천착해 오며 한국 추사체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최 선생은 추사체의 확산, 보급과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서예인들이 꿈과 이상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국내 서예계의 크고 넓은 몫을 담당해 국내서단의 귀감이 되고 있다. 조선시대의 문신이자 서화가인 추사 김정희의 호를 따서 만들어진 추사체는 ‘추사체’는 한국 서예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서체다. 당시 이를 따라 쓰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세를 풍미해 왔으며 오늘날에도 그의 서체를 연구하고 본받으려는 이들이 많다. 선의 태세와 곡직, 묵의 농담 등으로 글자 하나하나에 구성과 역학적인 조화를 주었고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서축을 이룸으로서 획과 선으로 이어지는 공간 구성에 의한 예술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구양순체, 왕희지체가 유행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조맹부체, 안진경체가 유행하는 등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서체가 있었지만 추사의 글씨는 어느 글씨와도 차별되는 독특한 서법을 자랑한다. 이는 그가 학문에 바탕을 둔 글씨를 창안해 냈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추사체 대가로 손꼽히는 연파 최정수 선생의 조카로 그는 일찍이 연파 선생으로부터 글씨에 대한 열정과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배우며 붓과 서예에 익숙한 일상을 보냈다. 최 선생은 추사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추사체 예서를 집중적으로 활용, 강건한 운필과 거침없는 필획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천착해 나갔다. 당시만 해도 연파 선생과 그의 자제인 가산 최영환 선생도 추사체 행서와 전서 등을 주로 연구하고 활용하였던 만큼 예서를 쓰는 작가는 별로 존재하지 않았다. 자연히 큰 어려움이 따랐지만 스스로가 추사의 유지를 계승한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활동하며 서서히 그 성과를 인정받아 나갔다. 이후로는 추사의 고향인 예산을 비롯, 전국에서 진행되는 추사 관련 대회나 행사 등에 초대되어 심사위원을 지내기도 하였으며 그 역시 다수의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상선약수 경경위사
상선약수 경경위사

추사 김정희 선생 추모 휘호대회에 초대작가로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한국추사서예가협회, 한국백제서화협회, (사)한국추사체연구회 등의 단체에서는 부회장으로서 회원들을 이끌며 개인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다. 현재는 자신의 작업실인 운정서예연구실과 지역 곳곳에서 서예를 가르치고 있는 최 선생은 연파 선생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다수의 후학을 양성하여 왔으며, 그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각종 공모전이나 대회에서 대상을 비롯해 다수의 수상을 하는 영광도 안았다.

추사체는 개성이 강한 서체로 굵고 가늘기의 차이가 심한 필획과 각이 지고 비틀어진 듯하면서도 파격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최재수 선생은 “오늘날 국내 서예계는 중국 서체에 집중해 있어 추사체가 한국 서예계에서 갖는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추사체의 우수성은 의심할 바 없지만 서법이 워낙 난해해 기존 서예가들도 접근을 꺼려하는 것이 현실로 국내 서예계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추사체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지도자들이 많이 양성되어 추사의 연구영역이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추사체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많은 지도자들이 양성되어 연구 영역이 확장되길 바라고 있다. 그 역시 더욱 많은 이들이 추사의 뜻과 정신을 계승하고, 훌륭한 추사체 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하겠다는 각오다.

‘서여기인(書如其人)’. 글씨는 그 사람됨과 같으며 글씨를 통해 그 사람의 인격과 인품을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예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곧은 신념으로 격조 높은 그의 이념과 깊이 있는 사상을 표현하고 있는 최재수 선생. 최 선생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노력으로 일구어내는 희열과 감동이야말로 서예가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자 기쁨이다. 추사체의 명맥을 묵묵히 이어감은 물론 우리 서예의 문화, 예술적 가치를 드높이는데 더욱 정진하겠다.”고 의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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