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작가

[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예술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문제, ‘예술의 창조란 무엇인가’라는 말은 참으로 오래된 미학적 질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평범한 삶으로부터 유리되지 않은 예술의 구현이라는 기성세대의 오만과 편협함을 질타하기 위한 도전, 혹은 전통예술이 추구하던 위계적인 미의 개념에서 벗어나 보다 확장된 의미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창출하기 위한 원론적 기제이며 작가들 스스로 또 한 번의 성찰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임경숙 작가
임경숙 작가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을 거쳐 다양한 장르와 각양각색의 예술적 개념이 혼재하고 있는 오늘날의 다변적인 현대 미술계에서 임경숙 작가가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을 쏟으며 자신의 내면세계와 예술가로서의 자화상을 투영하고 있다. 임 작가가 바라보는 예술의 존재 의의, 즉 그가 바라보는 예술에 대한 관점은 어찌 보면 매우 포괄적이며, 한편으론 폭넓은 통찰력과 휴머니즘을 기조로 예술의 가치를 거시적면서도 예민하게 포착하고 있다.

눈의 촉수 호수(500호)
눈의 촉수 호수(500호)

미술의 영역에서 무한히 새로운 양태를 모색하는 것, 그것은 바로 황무지를 일구는 개척자의 정신과도 통하는 일로 작가 정신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구상과 추상, 그리고 오브제(콜라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거치며 왕성한 창작 의지를 보이고 있는 임경숙 작가는 다양한 오브제와 구조적 조형요소들을 활용하여 예술적 사유로 표현하는데 집중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정립해 가고 있다.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그림에서부터 판화, 의상, 행위예술(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조형세계를 천착해 왔으며, 40년의 화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예술을 향한 도전과 창작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모성애 호수(8호)
모성애 호수(8호)
비상 호수(30호)
비상 호수(30호)

습관처럼 ‘그리기’에 몰두하는 임경숙 작가에게 작업은 삶 일부가 아닌 버릇이자 일상이며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매개체다. 또한 또 다른 그림을 그리기 위한 영감이기도 하다.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특징을 탁월한 묘사력으로 화폭에 담아내는 그의 예술적 감성과 표현방법론상의 예리한 직관력은 다른 화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 또한 우아하면서도 화려함을 드러내며, 온화한 붓 터치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품 속에는 많은 원색이 담겨있지만 완벽한 색의 배합과 배치로 인해 어지럽지 않고 완전히 어우러진다.

축복하는 새 호수(250호)
축복하는 새 호수(250호)

미술평론가, 인문학자인 박용숙 평론가는 “임경숙의 회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그가 제시하는 아이콘의 세계를 산책할 필요가 있다. 아이콘은 엘리트의 언어다. 딱히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못하는 기표로 만국 공통의 소통언어다. 임경숙의 캔버스에서 우리를 반기는 아이콘은 백마와 꽃과 비둘기, 새, 그리고 다소 거칠게 보이는 눈썹과 팔뚝과 손가락이다. 그녀의 아이콘인 눈과 눈썹, 그리고 손과 손가락의 인용은 그의 회화를 참신하게 만드는 발명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눈썹은 동화의 아이콘이기도 하지만 그의 캔버스에서는 조형의 추상적인 혼란을 조율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된다. 거대한 팔뚝과 손가락의 등장도 그렇다. 손과 손가락의 이미지를 신체에서 독립시키면 메시아의 예언이나 점성술, 혹은 불상의 수인처럼 우리의 일상을 긴장시킨다.”고 말했다. 또 “임경숙은 그의 캔버스에 많은 꽃들을 불러들이고 그 속내의 혼을 불러내는 굿판을 만든다. 그의 꽃은 눈썹을 가진 얼굴이기도 하고 태양이기도 하고 하늘에 가득한 별의 가면이기도 한다. 능숙한 변장술은 샤갈이나 뒤샹의 변장술을 연상케 한다.”고 평한 바 있다.

행복한 여정 호수(20호)
행복한 여정 호수(20호)

오늘날 우리 시대의 미술은 다양성과 다원성을 기반으로 하며 미술내의 장르별 구분이 와해되며 점점 미술 이외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미술 패러다임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소통과 참여를 전제로 하며 미술의 대중화 현상, 대중미술의 성장이라는 두 축이 함께 움직이며 예술의 다양성을 지향하고 있다. 임경숙 작가는 “예술이란 작가의 내면적 경험과 각성을 포함한 내면의 심상을 보여주는 형식적 창조이다. 예술가는 날마다 저항해야 하고, 날마다 성찰해야 하며, 날마다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정한 장르나 형식에 자신을 고착시키지 않고 구획되지 않는 경계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상징과 은유와 회화적 변주곡으로 구현해 가고 있는 임경숙 작가. 예술만이 줄 수 있는 순수한 열정과 생명력을 갈구하는 그녀의 지향하는 예술적 사유와 언어의 미학이 머물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보다 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임경숙 작가는 프랑스 파리 프레리드라 퍽뜨 의상과 데생학교를 졸업하고 코스튬 떼아뜨 르 연극의상학교를 수료했다. 죠오즈 샤레르 교수에게 판화를 사사하고, 파리8대학 그룹전에서 프랑스 젊은 디자이너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아티스트들의 등용문이라는 퐁피두센터에서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인 백남준 선생 이후로, 아울러 아시아 여성 최초로 두 차례의 초대 패션쇼와 행위예술, 유럽아카데미 예술협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러한 수상경력은 내면의 깊은 고찰을 거듭해 온 임경숙 작가의 역동적인 삶을 대변해 준다. 2019년 뉴욕 플러싱 타운홀 개인전에서는 100호 이상의 13점의 작품을 선보인바 있으며 지난 해 6월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개최한 18회 개인전 ‘사랑과 축복으로’에서는 축복과 그리움·포옹 등을 주제로 코로나19로 힘든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밝고 따뜻한 시선으로 메세지를 전하는 86여점의 그림은 물론 회화, 빛글림에서 제작한 영상과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이어 9월에는 마루아트센터 초대 개인전을 가졌다. 예술의 길을 동행하는 여러 작가들과 인사동 예술가 협회를 만들어 서로를 이끌어가고 있는 임 작가는 올해도 그녀만의 예술공간인 임경숙상상연구소에서 평면미술과 설치미술에 매진하며 대중들과 소통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아울러 금호문화재단 초대 제2회 판화 개인전 및 행위예술, 한·일 퍼포먼스 페스티벌, 박종철·이한열 열사를 위한 죽음 퍼포먼스, 문화체육부 후원 폴란드 국제 퍼포먼스 페스티벌 참가 및 케냐·인도·이집트·그리스 등 9개국 공연 여행, 예술의 전당 D.M.Z. 그룹전, KBS홀에서 ‘무용가 최승희를 위한 퍼포먼스’를 가진 바 있다. 미술세계 주관 <아! 대한민국> 초청 단체전, 대한미협 <동계평창올림픽> 단체전, 오사카전·로마전에서는 은상을 수상했으며 2015년 대한미협 100인전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수필집『혼자 사는 여자』,『배꼽에 바람을 넣고』,『천권의 책을 읽어야 아송이처럼 시인이 된다』등이 있으며, 시집 『나는 생을 노래하네』,『아름다운 세상, 가슴에 품고 싶어서』,『나도 한번쯤은 사랑의 송곳에 못박혀』,『그리움의 수혈 거부합니다』를 출간한 바 있다.

 

-무상의 시 (임경숙)

 

비밀이 없는데도

비밀의 열쇠를 채워둡니다

 

그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도둑맞지 않고

냉차게 거절당하지 않고

 

그리움 따위로 매달리지 않게

오늘은 더 깊숙이 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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