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 절기를 보내며

11월 22일은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인 소설(小雪)이었다.

이날 첫 눈이 내린다고 하여 소설(小雪)이라고 하며, 양력으로는 11월 22일 혹은 23일 무렵, 음력으로는 10월 즈음에 맞이하게 된다.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이 지난 후 15일 뒤에 오는 절기로 중국에서는 소설 절기 후 5일씩 묶어 초후(初候), 중후(中候), 말후(末候) 등 3후(三候)로 삼았다고 한다. 초후에는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고, 중후에는 천기(天氣)는 오르고 지기(地氣)는 내리며, 말후에는 하늘과 땅이 막혀서 겨울이 된다고 하였다.

전통적으로 소설 절기를 맞이하게 되면 겨울 추위가 시작되기 때문에 겨울 채비를 하게 된다. 하여 사람들은 소설 전에 김장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김장을 통해 겨울 채비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하며 목화를 따서 손질을 하기도 하였다.

소설 절기와 관련하여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하다”는 속담이 있다. 오늘날처럼 먹거리가 풍족하지 못했던 예전 시기에는 보리가 쌀 다음으로 주요한 곡식이었다. 보리는 파종시기에 따라 가을보리(추파형)와 봄보리(춘파형)로 구분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부분 가을보리를 재배한다. 가을 보리의 경우에는 소설 절기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하여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해야 한다는 속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소설에 부는 차가운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하고, 이때의 추위를 ‘손돌 추위’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시기는 고려 23대 고종(高宗)이 몽고군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몽진을 가던 때라고 하기도 하고, 조선시대 이괄(1587~1624년)의 난을 피해 조선 16대 인조(仁祖)가 한강을 건너던 때라고도 한다. 이 시기 사공 중에 손돌(孫乭)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피난을 가는 왕을 모시고 뱃길을 서둘렀지만, 임금이 보아하니 사공이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물살이 급한 쪽으로 뱃길을 잡아 노를 젓는 것이었다. 그런 손돌의 노젓기를 의심한 임금은 신하를 통해서 물살이 세지 않은 안전한 곳으로 뱃길을 잡으라고 하였지만, 손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임금은 의심을 이기지 못하고 손돌을 참수(斬首)하고 말았다. 손돌은 죽기 전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음을 알고, 바가지를 하나 내어 놓으면서 물에 띄운 바가지가 가는 길을 따라 뱃길을 잡으라고 하였다. 물살은 점점 거세지고 일행은 하는 수 없이 손돌이 알려준 대로 바가지를 물에 띄웠다. 바가지는 세찬 물살을 따라 흘러 갔으며, 임금을 실은 배도 그 뒤를 따랐다. 무사히 뭍에 내린 임금은 그제서야 손돌의 재주와 충성심을 깨달았지만, 손돌의 목숨은 되돌릴 수 없었다.

이때가 음력 10월 중순쯤이었는데, 매년 소설 즈음인 이맘때가 되면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진다고 한다. 그리하여 소설 절기 무렵에 부는 바람을 ‘손돌 바람’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 절기가 있었던 주말에 필자는 가족들과 함께 김장을 하였다.

매년 반복하는 행사이지만 소설을 맞이하는 시기에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 김장을 담그는 일은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일이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소설 절기를 지나며 추위가 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첫 눈 보다는 겨울비가 내릴 것이라고도 한다. 비록 손돌 전설은 알지 못할 지라도 코로나 사태 속에 맞이하는 2020년 겨울을 모두가 따듯하게 지내기를 기대한다.

소설(小雪) 추위는 보리농사에 도움이 된다.
소설(小雪) 추위는 보리농사에 도움이 된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