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독일의 시인이었던 안톤 슈나크(1892~1973년)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글에서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볕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읊었다. 우리는 1년 4계절 중에서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자 수확의 계절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슈나크는 가을의 따사로운 햇살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했다. 물론 슈나크가 슬프게 바라본 가을 풍경은 정원의 죽은 새 만이 아니라 고궁, 아버지의 편지, 우리 안의 호랑이, 가난한 노파의 눈물을 비롯하여 무성한 나뭇가지 위로 내려앉는 하얀 눈송이까지 많은 사물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했다.

2020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가을은 어떤가.

올해 초 세계적 대유행인 펜데믹을 몰고온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가을이라는 계절 감각 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로 가을을 살고 있다.

먼저 줄지어 쓰러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중소기업연구원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금년 7월 전국의 자영업자 수는 554만 8천명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2만 7천명이 감소하였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음식, 숙박업 등 매장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줄지어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11월 5일은 다섯 번째 맞이하는 ‘소상공인의 날’이었는데, 코로나 재확산 여파로 이 행사는 연기되었다. 소상공인은 규모가 매우 작은 소기업 운영자나 자영업자를 가리키는데, 이들의 생일잔치 격인 소상공인의 날까지 코로나19로 연기되었기에 더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다음으로 텅 빈 각급 학교 운동장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올해 우리의 교육 현장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금년 1월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역사회 전반에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자, 3월초 개학을 앞둔 유치원 및 초중고가 개학을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공백을 무한정 방치할 수 없기에 4월 9일 고3과 중3 학생들에 대한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초중고 전학년이 일주일 간격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5월 20일 고교 3학년 학생들에 대한 등교 개학을 시작으로 역시 일주일 간격으로 등교 개학을 실시하였으나, 학생 및 교직원 감염자 발생으로 인하여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학교들이 발생하였다.

8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추세가 나타남에 따라 수도권의 유치원 및 초중고에서 8월 26일부터 9월 20일까지 전면적인 원격수업 전환이 취해졌다. 비수도권 학교에서는 밀집도를 최소화하면서 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11월 13일 현재 등교 수업을 조정하고 있는 학교가 전국적으로 97개 학교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각종 스포츠 경기장의 텅 빈 관중석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코로나19 감염의 확산에 따라 각종 스포츠 경기의 개막도 정상적으로 실시되지 못했다. 게다가 전체적인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뒤늦은 개막과 무관중 경기라는 어려움을 감수하며 스포츠 경기가 펼쳐졌다.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0월 11일 전국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조정하면서 무관중으로 진행하던 스포츠 행사도 12일부터 관중 30%까지 입장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텅 비었던 관중석이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스포츠는 우리들의 생활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포츠를 직접 즐기기도 하고,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위로와 감동을 받기도 한다.

높고 푸른 하늘이 밝게 빛나는 20202년의 가을.

그래도 슬프지 않은 것은 우리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기쁨과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누구 하나 수칙을 어기지 않으며 동참하고 있는 5천만 국민들이 있고,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헌신적인 의료진들이 있고, 그리고 세계 곳곳을 누비는 우리의 자랑스런 스포츠 스타들이 있지 않은가.

마침 오늘(16일) 새벽에는 골프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마스터스대회에서 우리의 임성재 선수가 준우승의 쾌거를 전해왔다.

2020년 가을 끝자락에서 기대해 본다.

모두가 힘겨워 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끝내고, 2021년에는 우리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 지금의 상황들을 추억할 수 있기를…

코로나19 사태 속에 보내고 있는 2020년 가을
코로나19 사태 속에 보내고 있는 2020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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