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보내며

10월 9일은 574돌을 맞은 한글날이었다.

우리가 한글날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는 10월 9일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용법을 상세하고 설명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비롯되었다. 1940년에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이 1446년 음력 9월 10일 출간된 것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같은 말과 글을 사용하고 있는 북한에서는 세종실록 계해년(1443년) 음력 12월 30일자 “이달에 주상께서 친히 언문 28자를 만드셨다”는 기록을 근거로 1443년 음력 12월을 1444년 양력 1월로 보고 그 중간인 1월15일을 ‘조선글날’로 기념하고 있다.

또한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는 2014년부터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일 전날인 9월 2일을 ‘조선언어문자의 날’로 정하였다.

같은 말과 글을 쓰면서 서로 다른 날을 기념하고 있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한글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날을 정하여 함께 기념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자신 만의 언어를 고집하면서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스페인의 카탈루냐를 떠올린다.

지난달 9월 28일 스페인 대법원은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해온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인 킴 토라에 대해 해임을 확정했다. AP, AFP 등 통신에 의하면 스페인 대법원은 킴 토라 수반의 직무를 18개월 동안 정지하고, 3만 유로(한화 약 4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판결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과 다른 민족이다.

언어도 독자적인 카탈루냐어를 쓴다. 지금도 바르셀로나에 있는 표지판에는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가 나란히 병기되어 있다.

역사적으로도 카탈루냐는 스페인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1469년 바르셀로나가 중심이된 아라곤 왕국이 마드리드를 본거지로 한 카스티야와 합병되면서 카탈루냐는 자치권을 상실했다. 이에 카탈루냐는 줄기차게 독립을 요구해왔다. 1640~59년에 벌어진 대규모 스페인 정부에 대한 반란은 독립 요구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특히 1936년 발생한 스페인 내전은 1939년 공화진영에 섰던 프랑코 장군측의 승리로 끝났고, 프랑코 정부는 “하나의 통일된 스페인 국가‘의 이념을 모토로 이를 부정하는 민족주의나 지역 정체성에 대해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카탈루냐인이 처형, 투옥, 추방되었고, 카탈루냐어와 카탈루냐 국기, 민속춤 등 카탈루냐의 정체성을 담은 상징물들을 전면 추방됐다.

이후 1975년 독재자 프랑코가 사망하자 스페인에서 ‘민족주의’로의 이행이 시작되면서 카탈루냐의 독립이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독립을 이루어가는데 있어 1978년에 만들어진 스페인 헌법과 1979년에 제정된 카탈루냐 자치법이 규정하고 있는 카탈루냐의 법적 지위문제는 어려운 과제가 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카탈루냐의 독립은 스페인 헌법의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스페인 전체 인구의 다수가 카탈루냐의 독립을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독립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생활질서 속에서 보다 조화롭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길은 없는지 카탈루냐의 오늘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리고 자신만의 언어를 고집하고 있는 중국 속의 조선족을 살펴보자.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주도(州都)는 옌지시[延吉市]이다. 조선 말기부터 한국인이 이주하여 개척한 곳으로 이전에는 북간도라고 불렀다. 1952년 9월 3일에 자치구가 설립되고, 1955년 12월에 자치주로 변경되었다. 자치주는 옌지[延吉]·투먼[圖們]·둔화[敦化]·허룽[和龍]·룽징[龍井]·훈춘[琿春]의 6개 시와 왕칭[汪淸]·안투[安圖] 2개 현으로 이루어져 있다. 11개 민족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조선족이 41%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한족(漢族)·만주족(滿州族)·후이족[回族]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조선족 자치주이기 때문에 중국 헌법에 근거하여 자치주에 인민정부를 건립하고, 조선말과 조선어를 사용하면서 조선어에 의한 교육과 신문방송 및 도서출판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자치주 조례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조선어의 사용을 감독하도록 한다. 이러한 조치에 따라 공식적인 행사에서 조선족 지도자는 조선어로 연설할 권리가 있는데, 매년 연말에 거행되는 인민대표대회에서 자치주장은 반드시 조선어로 연설하며 통역을 통해 중국어인 한어로 번역하고 있다.

또한 모든 프랭카드와 간판에는 반드시 조선어를 위쪽에 배치하여 작성해야 하는데, 간혹 번역이 잘못되거나 조선어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정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행정적 벌점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연변지역의 거리를 다녀보면 간판마다 한글이 위쪽에 쓰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간판을 볼 때면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언어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며 소멸된다. 그리고 그 언어를 통해 인류는 사회를 구성하고 나아가 나라를 형성시키며 문화를 창출한다. 때문에 언어를 지키는 일은 곧 문화와 국가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은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문자들 중에서 창제자와 창제년도가 명확하게 밝혀진 몇 안 되는 문자이다.

이러한 한글은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으로 소리의 표현을 1만 1천개 이상 할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일본어로는 약 300개, 한자인 중국어로는 약 400개, 알파벳 영어로는 약 500개 정도의 표현이 가능하다고 한다.

오늘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세인 시대에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자판에 있어 한글의 효용성은 전 세계인이 인정하고 있다.

영국의 다큐멘타리 작가인 ‘존 맨’은 2000년 『알파 베타(Alpha Beta)』라는 책에서 세계 주요 언어의 자모(子母)의 연원을 추적하면서 한글을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997년 10월 1일 유네스코에서 우리의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유산으로 지정한 한글.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한글’을 더욱 소중하고 품위있게 사용해야 겠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 동상(광화문 광장에서 필자 촬영)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 동상(광화문 광장에서 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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