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地名) 속에 서린 역사

요즈음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공중파 TV의 일일연속극 중에서 ‘부루나’ 식당을 무대로 벌어지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우리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말이지만 ‘부루나’는 ‘평평한 땅, 벌판의 땅’이라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로 ‘평양(平壤)을 지칭한다. 예로부터 평양 일대는 벌판이 많고 땅이 기름진 지대로 대동강을 안고 있어 교통에도 편리한 지역이었다. 이러한 지역을 부루나지역이라 일컬었는데, 이를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평양‘이라고 명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평양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삼국사기』와 『고려사』의 기록에 의하면 고조선 시기에 평양을 ‘왕검성(王儉城)’이라고 하였다. 이는 고조선을 최초로 세웠던 단군왕검이 도읍지로 정하였기에 불려진 이름이었다. 이후 고려 시대에는 평양을 ‘서경(西京) 혹은 서도(西都)’라고도 하였다. 당시 수도가 개성이었음에 비추어 서쪽에 있는 수도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평양은 예로부터 버들이 우거지고 다양한 꽃이 만발하여 풍치가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하였다. 특히 이른 봄에는 버들가지가 흐드러진다고 하여 버들이 우거진 수도라는 뜻에서 평양은 ‘유경(柳京)’으로도 불렸다.
현재 평양에는 1987년 착공하였다가 여러 차례의 우여곡절 끝에 2008년 이집트 통신회사인 오라스콤의 투자를 받아 2011년 완공된 것으로 알려진 105층 규모의 호텔이 있는데, 그 이름이 유경호텔이다.
버드나무와 관련하여 중국 동북3성중 길림성의 중신도시인 연길시를 남과 북으로 가르는 424㎞에 이르는 하천의 이름이 ‘부르하통하’라고 부른다. 부르하통하는 만주어로 알려져 있고, 그 뜻은 ‘버드나무 강’이라고 한다. 버드나무는 만주어로 ‘호도르모(佛多如毛)’로서 우리말의 버드나무와 동일한 어원을 지니고 있다고 연변대 김관웅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유경호텔의 유경(柳京)은 평양(平壤)의 다른 이름이다
유경호텔의 유경(柳京)은 평양(平壤)의 다른 이름이다

평양에 이어 우리의 수도 ‘서울’에 대하여 살펴 본다.
서울이라는 명칭은 삼국시대 신라 초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 근거로 『삼국사기』 권1 신라본기 혁거세조(赫居世條)와 『삼국유사』 기이(紀異) 제2권 신라시조 혁거세왕조를 들고 있다. 즉 신라 시조 혁거세왕이 6부 백성들의 추대로 나라를 세우고 국호를 ‘서라벌(徐那伐), 서벌(徐伐), 사라(斯羅) 혹은 사로(斯盧)’라고 했는데, 이런 이름들이 국호이자 도읍지 명칭으로 변전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대부분 ‘서라벌’을 서울의 어원으로 보고 있는데, 다만 서라벌은 신라시대의 경주 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수도이면 모두 그 명칭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서지학자인 김시한씨가 2001년 서울이라는 지명이 ‘서벌’에서 비롯되었다는 증거를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서 발견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증보문헌비고는 조선 영조의 어명을 받아 1770년 정부가 편찬한 전통문화 대백과사전으로 이 책 14편 여지고 2항 신라편에 “여지승람에 후인들이 모든 서울을 일컬어 서벌이라고 했다가 후에 변하여 서울로 했다”는 대목이 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
서울이라는 지명이 이렇게 불려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500년간 서울은 한양(漢陽)으로 불렸다. 한양은 ‘한강의 북쪽’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이 지명을 중국에서는 한성(漢城)이라고 하였다. 중국에서는 도시명 중 ‘성(城)’은 지방 도시를 의미하며, 역사상 한 나라의 수도였던 도시는 북경(北京), 남경(南京), 동경(東京) 등과 같이 ‘경(京)’을 붙이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1992년 8월 한·중 수교 직전 중국과 맺을 각종 협정과 조약 등 공식 문서에 ‘한성(漢城)’이 아니라 ‘서울(首你)’로 표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노재원 전 주중대사가 밝혔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 있어 현재도 우리의 서울이 공식적으로 ‘한성’으로 쓰여지고 있다면 반드시 서울로 바로 잡아야 한다.
이제는 세계 최고의 일류 도시로 성장한 자랑스런 우리의 수도 ‘서울’이 이름 만이 아니라 생활과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되도록 지명부터 잘 지켜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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