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카미카제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올여름 한반도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태풍이 1개월 사이에 4개나 닥쳐왔다.

먼저 일본 오키나와 남남서쪽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5호 태풍 ‘장미’가 7월 10일 오후 경남 거제도 남단에 상륙했다. 태풍 ‘장미’는 중간 미만 세기의 규모였지만, 경기 남부, 강원 남부, 충청도, 그리고 전북 지역에 최대 200㎜ 이상의 많은 비를 뿌렸다.

태풍 ‘장미’가 소멸한 지 12일 뒤 대만 남남동쪽 부근에서 제8호 태풍 ‘바비’가 발생했다. 태풍 ‘바비’는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고 서해상을 지나갔지만 8월 26~27일 서쪽지방으로 근접할 때 순간 최대풍속으로 초속 45m가 넘는 매우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어서 태풍 ‘바비’가 소멸한 지 불과 하루만인 8월 28일 필리핀 마닐라 동북동쪽 부근 해상에서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발생했다. 태풍 ‘마이삭’은 9월 3일 새벽 부산 남서쪽 해안에 상륙해 영남과 동해안을 휩쓸고 지나갔다. 주로 강풍을 동반했던 태풍 ‘바비’와는 달리 태풍 ‘마이삭’은 매우 강한 바람과 함께 엄청난 비를 몰고 오는 바람에 피해가 매우 컸다.

태풍 ‘마이삭’이 채 소멸되기 전인 9월 1일 오후 괌 북쪽 부근 해상에서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발생했다. 올 가을 들어 첫 태풍이었던 ‘하이선’은 발생 초기 한반도를 남에서 북으로 관통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9월 5일 오전 울산 남남서쪽 육상에 잠깐 상륙했다가 같은 날 오후 강원도 동해상으로 빠져 나갔다. 태풍 ‘하이선’이 우리나라에 근접했을 때에는 강도가 약해졌으나, 제주 지역에는 500㎜가 넘는 비를 뿌렸고, 울릉도와 독도 지역을 지날 때에는 시속 180㎞의 강한 돌풍이 일기도 했다.

태풍은 일반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27°C 이상인 열대 해역에서 발생한다. 발생으로부터 소멸까지의 수명은 보통 1주일에서 10일 정도이다. 이런 태풍은 태양열을 많이 받는 저위도 지방에서 따뜻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으면서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하면서 고위도로 이동하는 기상현상이다.

이렇게 발생하는 열대 이동성 저기압인 태풍은 발생하는 해역에 따라 그 명칭이 다르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북서태평양 지역의 필리핀·괌·대만 근해에서 발생하는 것은 ‘태풍(Typoon)’, 북대서양·카리브해·멕시코만·북태평양 동부에서 발생하는 것은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아라비아해·뱅골만 등에서 발생하는 것은 ‘사이클론9Cyclone)’, 그리고 호주 부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것은 ‘윌리윌리(Willy-Willy)’라고 부른다.

태풍과 관련하여 일본에서는 ‘카미카제(神風)’ 전설이 있다.

가미카제(神風, Kamikaze)는 제2차 세계 대전 말기에 전투기에 폭탄을 싣고 적함에 충돌하여 자살 공격한 일본 제국의 결사 특공대로 인하여 유명해졌다.

사실 “가미카제(神風)”는 13세기에 있었던 고려와 몽고 연합군의 일본 정벌에서 유래했다.

13세기 당시 세계 최강의 전력을 지니고 있던 몽고(원나라)가 고려 고종 18년(1231년) 1차 침공을 시작으로 수차례의 침공을 거듭한 끝에 고종 44년(1257년) 화친을 맺으면서 전쟁은 종료했으나, 고려에 대한 내정 간섭이 시작되었다.

원의 세조는 고려에 일본 정벌을 위한 전함을 건조할 것을 요구했고, 전함이 준비되자마자 고려 원종 15년(1274년) 음력 10월 3일 일본 정벌에 나섰다. 그러나 한밤중 갑자기 폭풍우가 밀려와 고려와 몽고 연합군은 많은 전함과 병사를 잃고 귀환했다.

원의 세조는 다시금 전함을 건조하게 하였고, 충렬왕 7년(1281년) 음력 7월 여몽 연합군은 제2차 일본 정벌에 나섰다. 그러나 다카시마 근해에서 불어닥친 강풍으로 적어도 2,000척의 함선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바위에 부딛혀 대부분 침몰하거나 떠내려갔다.

세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던 원나라가 일본 정벌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태풍으로 인한 것이라고 여긴 일본에서는 자신들을 지켜주는 태풍을 ‘신풍’(神風, 일본어로 카미카제)이라 명명하였고, 이제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지켜주는 정신이라고 여기고 있다.

태풍은 그 자체로 강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하기 때문에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커다란 피해를 남긴다. 특히 올해는 최장기간 장마와 더불어 4개의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치는 바람에 농수산물 피해가 더 커졌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는 시민들의 생활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도 태풍은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태풍으로 인하여 얻어질 수 있는 혜택도 적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우선 태풍은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오기에 호수와 바다의 녹조 혹은 적조를 완전하게 갈아엎어줌으로써 이를 제거하는 혜택을 준다. 한여름 녹조 혹은 적조 현상이 나타날 때 불어오는 태풍은 고마운 존재이다.

그리고 태풍은 거대한 대기순환 작용을 해준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태풍의 강력한 회오리 바람은 우리나라 전체의 대기를 비롯하여 일본과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알래스카까지의 대기를 뒤섞어 주기에 대기순환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또한 태풍이 몰고 오는 엄청난 강수량은 적도 부근지역의 수자원을 고위도지방으로 옮겨다 주는 수자원 분배의 혜택도 준다. 만약 태풍이 발생하지 않거나 태풍이 올라와도 비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고위도 지방에서는 다음 해 여름까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릴 수 있다.

태풍.

그로 인한 피해도 있지만 그에 의한 혜택도 적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태풍으로 인한 혜택을 최대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태풍의 지역별 명칭
태풍의 지역별 명칭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