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3 13:05 (수)
[전문가 칼럼] 정연철 박사의 우리 주변 돌아보기-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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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정연철 박사의 우리 주변 돌아보기-16
  • 정연철 전문위원
  • 승인 2020.09.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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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남을 자기 뜻대로 움직여 볼 생각으로 이런 저런 말이나 이런 저런 행동으로 유혹할 때 우리는 흔히 “수작부리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국어사전에서 수작이란 단어를 살펴보면 “남의 말이나 행동, 계획 등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수작은 한자로 ‘酬酌’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갚다, 서로 말을 주고 받을 수(酬)’, 그리고‘술 따를 작(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수작’이라는 말은 서로 상대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정겹게 술잔을 주고 받는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그런데 술을 마시다 보면 속마음을 드러내게 되면서 서로간의 정이 더욱 두터워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상대를 자신의 뜻대로 요리하고 싶을수록 거푸 술잔을 권하게 되고 그럴수록 진정성은 사라지고 좋지 않은 감정을 남기게 된다. 그렇게 술잔을 권하여 상대를 취하게 한 후, 상대가 술에 취한 틈을 타서 자신의 목적한 바를 이루려 하는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당초 서로 상대방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정을 나누려던 취지가 사라지고, 남을 속일 양으로 수작을 부리는 것은 매우 나쁜 짓이다.

술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기원전 5,000년 전부터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에서 포도주를 빚었다고 한다. 당분이 많은 과일이면 무엇이든 과실주를 담글 수 있는데 특히 포도는 당이 많아서 과실주를 담그기에 가장 알맞다. 농경 시대에 들어와서 곡류를 생산하면서 곡식으로 빚은 양조주가 생겼다. 곡물주를 빚으려면 전분의 당화 과정을 거친 다음에 알콜 발효를 해야 한다.고대 중국의 『서경』에는 누룩으로 빚은 술을 ‘국얼(麴蘖)’이라 한다고 적혀 있고 한(漢)나라에서는 밀로 누룩을 만들었다. 누룩이란 밀을 굵게 갈아 반죽해서 띄운 술의 원료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술이 처음 나오는 문헌은 『제왕운기(帝王韻紀)』로 고구려의 주몽 신화를 보면 천체의 아들 해모수가 하백의 세 딸을 초대하여 취하도록 술을 마시게 하니, 모두 놀라 달아났으나 큰 딸 유화가 해모수에게 잡혀 인연을 맺어 주몽을 낳았다고 한다.『위지(魏志)』「동이전」에는 백성들이 추수를 끝내고 모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즐기던 영고(迎鼓), 동맹(東盟), 무천(舞天) 등의 행사 때에는 밤낮으로 식음(食飮)하였다고 씌어 있는데 여기서 ‘음(飮)’은 술을 마시는 것을 말한다. 『위서(魏書)』에서는 곡물을 씹어서 술을 빚는데, 이를 마시면 취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 시대에 입 안에서 곡물을 씹어서 만든 술을 일러서 ‘미인주(美人酒)’라고 했다는 기록이 『지봉유설(之峰類說)』에 남아 있다. 삼국 시대에는 술 빚는 기술이 아주 발달해 중국 책에 우리나라 술에 대한 기록이 많이 전해지며, 백제의 수수보리(須須保利)는 일본에 누룩으로 술 빚는 방법을 처음 전해 주었다고 한다.우리나라에서는 술을 빚을 때 쓰는 누룩을 거의 밀로 만든다. 밀가루만으로 빚은 누룩을 분곡(粉麯)이라 하고, 밀가루와 밀기울로 빚은 탁주용 누룩을 조곡(粗麯)이라 한다. 조선 시대 말에 일본의 청주가 들어왔는데 쌀로 만든 누룩으로 빚기 때문에 우리의 전통적인 술맛과는 다르다.
술을 단순히 취하려고 마시는 게 아니고,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서 마시는 경우도 많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술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며 삶에 대한 재충전의 의미가 있다.
마약과 달리 술은 단순히 환각 효과나 기분 상승만을 위해 존재했던 게 아니다. 맥주나 와인은 차 종류의 발달 이전에 식용수의 대용으로, 칼로리를 섭취하려고 먹기도 하는 등 필요에 의한 존재였다. 유럽처럼 수질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하는 지역들도 있다. 이런 지역에서는 맹물 먹으면 탈난다.
그리고 마약은 중독되기 매우 쉽고, 한 번이라도 투약을 하게 되면 물리적으로 인간의 의지력으로 끊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술은 마약만큼 의존성이 강하지도 빠르지도 않으며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력으로 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마약과 술을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할 수 없다.
술은 일종의 문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매년마다 지역 축제로 맥주 축제가 열리며 국내에서도 증류식 소주를 가공하는 기술은 일종의 전통 문화로 존중받고 있으며 유럽권에서의 와인은 이미 하나의 생활양식이 되었다. 또한 술은 예부터 식문화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한편으로 술은 종교의식에서 빠질 수 없는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당장 천주교의 미사만 해도 포도주를 봉헌하며, 제사에도 술이 올라간다.

흔히 술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귀중한 선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을 신이나 조상에게 근접시키는 촉매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술은 인간에게 낙천과 쾌락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술을 마심으로써 소침과 우울을 사라지게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술만큼 인간의 본모습을 진솔하게 드러내게 하는 투시경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술의 효용 때문에 인간은 술을 빚어 마시면서 스스로의 만족에만 이용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만족까지 한께 하면서 생활해 왔다.
이러한 술에 대해 송강 정철은 ‘장진주사’를 통해 죽은 후에는 술을 마실 수 없으므로 살아 생전에 술을 마셔야 한다고 했다.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셈하면서 무진무진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에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졸라매어 지고 가나
화려한 꽃상여에 만인이 울며 가나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속에 한 번 가기만 하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쌀쌀한 바람 불 때
누가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 찾아와 휘파람 불 때 뉘우친들 무엇하리

술!
수작은 부리되,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적당히 마실 일이다.
술을 마시면 얻게 되는 좋은 점들을 안주 삼아…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귀중한 선물, 술!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귀중한 선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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