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정연철 박사의 우리 주변 돌아보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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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정연철 박사의 우리 주변 돌아보기-12
  • 정연철 전문위원
  • 승인 2020.08.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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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를 겪으며

2020년 여름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매운 장맛비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대부분 지역을 부분적으로 돌아가며 내리는 집중호우는 8월 10일 현재 엄청난 피해를 남기며 여전히 진행중이다.

특히 기상청 예보에 의하면 올 장맛비가 오는 금요일인 14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하여 역대 최장기간인 52일간의 장마를 기록하게 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장맛비로 인한 피해는 10일 오전 6시 기준으로 사망 38명, 실종 12명 등 50명의 인명피해 발생했다고 한다. 이러한 피해는 지난 2011년 호우와 태풍으로 78명이 사망·실종된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일반적으로 장마라 하면 초여름 즈음 한반도에 형성되는 한대전선의 정체로 인하여 오랜 시간 비가 내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매년 6월 중순 혹은 말경 우리나라의 계절이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바뀜에 따라 차고 습기를 머금은 오호츠크해기단과 덥고 습기를 많이 머금은 북태평양기단이 마주치면서 한대전선이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전선을 우리나라에서는 장마전선이라 부르고, 세력이 비슷한 두 기단이 한반도 상공에 비교적 오래 기간 정체하면서 많은 비를 내리게 되는데, 이것이 장마이다.

통상 장마기간 동안 내리는 강수량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한 해 강수량의 30~50% 가량 내리며, 이러한 강수는 계절적 편차를 크게 하는 원인이 된다. 장마기간 동안 적당량의 비가 내릴 경우에는 토양에 쌓여 있던 무기염류가 씻겨 나가거나 거뭄이 해소되면서 농사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물 걱정을 덜어 줄 뿐만 아니라 습도를 높여주어 미세먼지와 산불 걱정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장맛비가 지나치게 내릴 경우에는 하천과 강의 범람은 물론 홍수로 인한 자연재해가 일어나 커다란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

올해의 경우 장맛비는 예상을 뛰어넘는 선에서 지역적으로 집중호우를 내리며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이렇게 내리는 국지성 집중호우는 장마전선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한반도 기후 변화로 인한 아열대성 국지성 호우에 가깝다고 한다. 기상청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한반도 기상 변화를 이유로 장마예보를 중단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올 장마는 유난히도 길어지고 있다.

그동안 장마기간을 살펴보면 중부지방의 경우 2015년 35일, 2016년 37일, 2017년 29일, 2018년 16일, 2019년 32일이었고, 남부지방은 2015년 36일, 2016년 29일, 2017년 31일, 2018년 14일, 2019년 32일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장마가 8월 14일까지 계속되어 25일을 기록한다면 가장 길었던 2016년의 37일에 비해 무려 2주 이상 길어진다.

2014년 이후 최근 몇 년간 장마는 지속적으로 비가 오지 않으면서 총 강수량도 평년에 비해 많지 않아 소위 “마른 장마”라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 장마는 이러한 ‘마른 장마’를 비웃기라도 하듯 영남지방, 중부지방, 호남지방을 돌아가며 엄청난 규모의 물폭탄 세례를 퍼붓고 있다. 기상청의 기상특보 분류에 의하면 3시간 동안의 강우량이 60mm 이상 혹은 12시간 동안 110mm 이상일 때 호우 주의보, 3시간 동안 90mm 이상 혹은 12시간 동안 180mm 이상의 경우에는 호우 경보를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을 감안하여 이번 장마기간 동안 내린 강우량을 살펴보면 중부지방의 경우 8월 6일 1시간당 강우량이 경기 화성 54.5mm, 양평 용문산 49mm, 용인 47.5mm, 경기 광주 37mm 등으로 이를 3시간으로 환산하면 경기 화성 163.5mm, 용문산 147mm, 용인 142.5mm, 광주 111mm 등으로 호우 경보의 2배 수준이다. 더하여 8월 1일부터 6일까지의 누적 강수량을 보면 경기 철원 690.5mm, 경기 연청 656mm, 춘천 550.5mm, 경기 가평 499.5mm, 충북 충주 453mm, 충북 제천 401mm, 충북 단양 376.5mm 등으로 나타났다.

중부지방에 이어 영남지방으로 집중된 호우는 8월 7일 오후 1시간당 강우량이 부산 사하구 63.5mm, 대청동 57.8mm, 진구 54mm, 사상구 47.5mm 등으로 가히 물폭탄급 폭우가 쏟아졌다. 같은 시간대에 호남지역에서는 전남 나주 59mm, 화순 59mm, 광주 서구 58.5mm 등을 기록하였다.

예년보다 길어진 장마기간에다 국지성 집중호우로 엄청난 피해를 일으킨 올 장마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북극의 빙하가 많이 녹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온이 평소 보다 높아지면 북극의 빙하가 녹게 되고, 이에 따라 따뜻해진 북극의 공기가 러시아 지역에 머물면서 대륙의 찬 공기를 아래쪽인 한반도 지역으로 계속 밀어내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한반도에 형성된 장마전선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우리나라에 머물면서 장마가 길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장마가 길어지고 국지적인 집중호우 속에 심각하게 발생한 것이 산사태이다. 그동안 집중호우가 내려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산사태가 올해는 8월 들어서만 총 667건이 발생하였다. 산림청에서는 8일 낮 12시를 기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 산사태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였는데, 이러한 조치는 산림청이 산사태 관련 업무를 맡은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예년의 장마에 비해 엄청남 피해를 불러온 이번 장마의 원인과 진행과정에 대해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여 대비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상기후에 주목하면서 우리나라의 장마에 대한 대비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준비되어야 한다.

제5호 태풍인 ‘장미’가 올라오고 있지만, 여전히 진행중인 장마 관련 상황이 더 큰 피해없이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8월 8일 오후 폭우로 인해 수중도시가 되어버린 전남 구례읍 모습
8월 8일 오후 폭우로 인해 수중도시가 되어버린 전남 구례읍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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