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3 15:52 (목)
[전문가 칼럼] 정연철 박사의 우리 주변 돌아보기-7
상태바
[전문가 칼럼] 정연철 박사의 우리 주변 돌아보기-7
  • 정연철 전문위원
  • 승인 2020.07.06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 1년의 빛과 그림자

일본은 지난해 7월 1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의 핵심부품인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하여 한국 수출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2018년 10월 30일 우리 대법원이 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소에서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데 따른 보복조치의 일환이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우리 경제의 핵심축인 반도체 산업을 겨냥해 한국 경제를 흔들고 길들여 보겠다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위의 3개 품목에 대한 일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취해진 조치였기에 우리 입장에서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육성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었다.

이 조치가 취해진 직후 필자는 지방에서 중소기계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지인의 말을 빌어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는 일본에게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 바가 있다. 과연 필자의 말대로 되었을까.

일본 정부가 우리에 대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한다고 발표했을 당시에는 일본에는 별로 피해가 없겠지만 우리의 피해는 상당히 클 것이라는 우려가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를 뒤집고 이 조치와 관련한 피해는 오히려 일본에게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시장의 큰 손인 한국에 제품을 팔기 어렵게 되었고, 한국에서는 해당 품목에 대한 국산화가 완료되었거나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에 분노한 우리 국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사업을 접기에 이를 정도가 되어버렸다.

다만, 우리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이 일본에 대한 의존도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부분의 경우에는 수출규제 이전에 비해 수입량이 좀 더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에 따르면 불화수소는 일본 수입 비중이 작년과 비교했을 때 44%에서 12%로 크게 줄었고, 수입액도 2,843만 달러에서 403만 달러로 85.8% 감소하여 국산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했다.(6월 29일 전경련회관 ‘일본 수출규제 1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 그리고 현재 반도체 공정에서 국산과 일본산 비율이 7대 3 정도로 역전되었고, 디스플레이 곤정은 100% 국산화되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수입은 1억 1,272만 달러에서 1억 5,081만 달러로 33.8% 늘었고, 플루오린이미드의 수입은 1,214만 달러에서 1,303만 달러로 7.4% 증가하였다. 아직은 수입을 하고 있지만 이들 분야에 대한 국산화 노력이 진행중이어서 머지 않아 일본 의존도는 현격히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일본 NNA통신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현지 생산에 뛰어드는 일본 반도체 부품업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 일본 관동전화공업(關東電化工業)이 한국 공장에서 생산을 개시한데 이어 타이요 홀딩스도 한국에서의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고 일본 통신사 NNA가 5월 29일 보도하였다. 드라이 필름형 솔더 레지스트로 89%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타이요 홀딩스가 일본 키타큐슈 공장에서 생산 및 수출을 하던 것에서 한국 진출로 급격히 돌아선 것은 일본 정부의 작년 7월 수출 규제 조치에 커다란 역풍으로 이해된다.

관동전화공업은 충남 천안에서 황화 카르보닐 제조를 시작했는데, 황화 카르보닐은 반도체 전공정에서 사용되는 특수 가스로 한국 기업들은 이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었다.

이외에도 토소(東ソ)는 자회사인 토소 쿼츠를 통해 연내에 반도체 장치를 위한 석영 유리의 제조를 다루는 시설을 설립하여 2021년부터 양산하려 하고 있다. 또한 화학 메이커 ADEKA도 일본 이바라키현에 있는 카시마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고유전 재료 등 일부 반도체 재료를 한국에서 현지 생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에 의해 단행되었던 수출규제 조치 이후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경제는 전세계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작년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올해 일본 도쿄에서 개최예정이었던 하계올림픽이 연기되었고, 한국은 코로나 방역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적인 면에서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었고, 생활 면에서도 우리 보다 앞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이 인구 1억 2,685만 여명인데 비해 우리의 5,133만 여명 보다 약 2.5배 많기는 하지만, 수출액 규모를 보면 일본이 7,320억 달러인데 비해 우리는 6,010억 달러로 1.2배 정도이다. 이런 통계를 감안해 본다면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객관적이거나 충분한 근거 없이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미리 지니고 있는 견해를 편견이라 하고, 이러한 편견이 개인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여질 때 사회적 편견이라고 한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보면 1910년부터 35년간 겪었던 식민통치 시대와 전후 1980년대까지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룬 일본 경제에 대하여 우리는 국가적 편견을 지니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지듯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계기로 일본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더욱 강건해지고, 국가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우리 반도체 산업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우리 반도체 산업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