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20세기 복합재료와 복합미디어(mixed-media)의 활용은 현대 미술 분야에 매우 큰 도약과 표현 영역의 확대를 가져왔다. 현대미술에서 주목되는 근본적인 변화는 작품자체의 존재방식이 ‘열린 개념’의 존재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더니즘적 사고인 시간의 연속성이라는 개념 대신 불연속적인 개념에서 파편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현대의 많은 작가들은 더 이상 과거의 미술에 머무르지 않고 미술과 인접한 비 미술의 영역에 관심을 갖고 다른 기법을 탐구하면서 각 영역간의 교류를 촉진시키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장르의 결합과 더불어 다양한 매체의 수용은 미술의 개념을 확장시키는데 또 하나의 역할을 담당한다. 표현의 방법에 있어서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표현방식의 무한한 자유화로 그것을 허용하는 시대적 분위기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성 중 하나인 ‘양식의 다원성’을 추구한 결과다.

이혜순 작가
이혜순 작가

그동안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작품세계를 진작시켜 온 이혜순 작가가 구상과 추상, 그리고 오브제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거치며 왕성한 창작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귀금속, 비금속 보석 등의 소재를 활용한 창조적인 조형분야인 금속회화를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한 단계 더 승화시켜 왔던 이 작가는 최근 이러한 금속회화작품들을 평면회화로서 전환하며 확장된 실험을 통한 회화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자연의 다양한 테마들을 그만의 메타포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이혜순 작가는 자연과 인간이 합일되는 나름의 미학을 구상과 비구상이 조화롭게 혼재된 활력있는 조형적 변주로 풀어내며 그만의 고유한 미학세계를 경주하고 있다. 자연의 신비감과 우주의 상상력을 표출하고 풀잎, 곤충, 씨앗 등을 통해 우주의 섭리와 생명의 숨결을 풀어내며 시공을 초월한 자연의 이미지가 초자연적으로 재구축된 이 작가의 작품들은 강렬하면서도 감각적인 정서가 살아 있고, 정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가는 “자연 속에는 아름다운 오브제들이 널려 있다. 우리 땅에 피어나는 들꽃, 작은 벌레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기에, 무엇보다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파리 7구 바렌에 소재한 모나리자 갤러리(Mona Lisa Galerie) 초대로 열린 파리 전시에는 순수회화 작품과 금속공예 작품 30여 점이 전시되었다. 전시회에 참석한 프랑스 주요 미술 관계자와 비평가들은 이혜순 작가의 금속공예와 회화가 어우러진 작품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모나리자 갤러리 이사벨 로믹 관장은 SNS를 통하여 전시에 참석한 현지 관람객들이 이혜순 작가의 작품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했으며 특히 금속 공예와 순수 회화가 어우러진 작품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혜순 작가는 지난 2. 15(토)~2. 26(수)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Beauty In Grace(뷰티인그레이스)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가졌다. 현대적 이미지로 탄생한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한 이 작가의 작품들은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어떠한 양식으로부터도 구애받지 않는 독특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자연을 통해 드러난 새로운 이미지를 담은 생명체이자 또 다른 자연으로 독자적 해석과 관찰력으로 자유롭게 전개된 이미지가 파노라마를 이루며 끝없는 상상력과 풍성한 알레고리를 담고 있다. 

이혜순 작가에게 작업은 삶 일부가 아닌 버릇이자 일상이며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매개이자 또 다른 그림을 그리기 위한 영감이다. 머릿속에 담겨진 정신적, 감성적인 느낌을 여성적인 시각에서 그대로 표현해 내면서 예술을 향한 창작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이 작가는 다수의 취향에 영합하거나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보편화하지 않으며 본인의 작품을 알리고자 대중취향적 표현방식으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삶은 자기를 둘러싼 주변 조건들과 자기 내부의 깊은 곳으로부터 발생하는 근원적인 의문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해답을 추구하는 힘든 과정”이라는 이 작가는 “유연한 사고로 신념을 내면화하면서 끊임없이 사유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관계, 소통, 교감 그리고 희망의 이야기들을 자신의 삶의 회화적 변주곡으로 표현하기 위해 며 모든 본능이 존재하는 감각적인 세계를 버리고 자연으로의 회귀를 그리는 이혜순 작가. 그가 펼쳐놓은 그리움과 추억, 휴식의 순간들이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든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희망을 잉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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