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정연철 박사의 우리 주변 돌아보기-2
상태바
[전문가 칼럼] 정연철 박사의 우리 주변 돌아보기-2
  • 정연철 전문위원
  • 승인 2020.06.01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파육(東坡肉)과 설렁탕
정연철 전문위원
정연철 전문위원

이름에서 보듯이 동파육은 돼지고기를 재료로 하는 중국 요리이고, 설렁탕은 소고기를 재료로 하는 한국 음식이다.

여기서 동파육은 말 그대로 중국의 유명한 문학인이며, 정치·행정가이기도 한 소동파(蘇東坡, 1037~1101년, 본명은 蘇軾)로부터 비롯된 요리이다.
소동파는 중국 북송시대(960~1127년)에 활동한 탁월한 문장가로 ‘적벽부(赤壁賦)’는 불후의 명작으로 꼽힌다.
소동파는 22세때인 1159년 송나라 시기 도읍지였던 변경(汴京 ; 오늘날의 開封)에서 열린 과거시험에서 진사에 급제하였다. 이때 과거시험의 위원장이었던 구양수(歐陽修 ; 1007~1072년, 중국 정치가이자 문인)에게 인정을 받아 문단에 등장하였다. 진사급제 이후 모친상으로 고향에서 3년간의 시묘살이를 한 뒤 변경으로 돌아와 제과(制科)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하였으며, 동생 소철(蘇轍 ; 1039~1112년)은 차석으로 급제하였다.
벼슬길에 올라 활동하던 중 당시 정치적 실세였던 급진개혁의 왕안석(王安石 ; 1021~1086년)과 대립하다 지방관으로 전출되어 1071년 항주(杭州)로 갔다. 이후 밀주(密州)와 서주(徐州) 등지에서 태수직을 수행하였다.
소동파는 천성이 자유로웠고, 백성들을 잘 보살펴 주민들의 인심을 얻었다. 그런 소동파가 임기를 마치고 임지를 떠나게 되자 지역 주민들이 아쉬운 마음을 담아 집안에 있던 돼지고기를 들고 나와 선물로 내놓았다. 그렇게 모아진 돼지고기가 상당량이 된 것을 보고 소동파는 이 돼지고기를 주민들과 나누어 먹자고 하면서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끓여낸 것이 동파육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설렁탕은 소의 머리, 내장, 뼈다귀, 발, 도가니 등을 푹 삶아 만든 국을 말한다.
설렁탕의 어원에 대하여는 국물이 뽀얗게 되도록 오랜 시간 설렁설렁 끓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국물 색깔이 눈처럼 뽀얗고 국물이 아주 진하다고 하여 명명하였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보다는 설렁탕의 어원이 ‘선농(先農)’에 있다고 보는 것이 통설처럼 되어 있다.
고려 이후 조선시대에 걸쳐 매년 경칩(驚蟄) 절기를 지나 첫 ‘해일(亥日)’이 되면 동대문 밖 동쪽 마을에 선농단(先農壇)을 쌓아 놓고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준 ‘신농씨(神農氏)를 기리고 한 해의 풍년을 비는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이때 제사에 참여한 임금이 여러 신하들과 함께 친히 밭을 갈고 논에 모를 심는 행위를 하였다. 선농단에 제사를 지낼 때에는 소와 돼지를 잡아 통째로 상에 올려 놓았는데 제사가 끝나면 소로는 국을 끓이고 돼지는 삶아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행사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음식을 먹어야 했으므로 큰 솥에 국을 끓여내어 식사를 해야 했다. 이때 소를 잡아서 끓인 국을 ‘선농단’에서 먹은 국이라 하여 ‘선농탕(先農湯)’이라 하였다. 이 ‘선농탕’ 이름이 변하여 오늘날의 ‘설렁탕’이 되었다고 한다.

설렁탕 이름과 관련하여 최남선(崔南善, 1890~1957년) 선생은 설렁탕의 ‘설렁’이 몽골어 ‘슈루, 슐루’에서 차용된 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몽골어로 ‘슈루, 슐루’는 고기를 맹물에 삶은 국물을 가리킨다. 이 ‘슈루, 슐루’는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이어서 유목민인 몽골인들에게 제격의 음식이라고 한다. 몽골인들은 소 두 마리 또는 양이나 염소 열 두 마리를 통째로 넣을 수 있는 큰 가마솥에 물을 넣어 끓인 뒤 고기를 잘게 썰어 넣고 소금을 가미하는 공탕(空湯)을 즐겼다고 한다.

참고로 임금님께 올리던 진지를 ‘수라’라고 하는데, 이 말도 몽골어 ‘술란’에서 온 것으로 추정한다. ‘술란’이라는 말은 쌀로 지은 밥이라는 뜻인데, 초원지대를 누비며 유목 생활을 하던 몽골 사람들이 고려라는 나라에서 쌀로 지은 밥을 접하고서 붙인 이름인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용어는 몽골의 원나라 지배를 받던 고려시대에 태자들이 볼모로 몽골에 잡혀갔다가 돌아와서 왕위에 올랐는데, 이때 수라라는 말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동파육과 설렁탕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름으로 보이지만, 필자가 느끼기에는 작은 분량의 고기일지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어야 한다는 따뜻한 마음이 서려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음식이다.
서양식 스테이크 요리로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을 때, 불과 1인분의 고기일지라도 ‘탕(湯)’이라는 음식으로 조리해 낸다면 열 명, 스무 명 이상의 이상의 사람들이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렁탕은 소중한 음식이다.

최근 위안부이신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작은 음식도 여럿이 나누어 먹으려 했던 ‘설렁탕’의 의미가 새삼스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