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안미술관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우주여행]기옥란 추상사진 초대전

[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현대미술계는 복합적이고 다원적인 방향의 회화관이 지속적으로 모색되며 전개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주제ㆍ기법ㆍ매체의 사용에 있어서 그 범위가 크게 확장되고 있으며 표현에 있어서도 사고과정의 중시, 예술 영역간의 상호교류, 매체 수용의 다양화, 다양한 주제와 기법의 수용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미술개념을 아우르고 있다. 이는 곧 시대적 흐름에 따른 전반적인 사회ㆍ문화적 변화와 맞물려 나타난 현상으로 현대 미술계의 많은 작가들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고유한 정체성에 대한 자각, 현대미술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고민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현대의 다양한 미술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탐구는 현재 모든 지구상에서도 부단히 이뤄지고 있으며, 작가의 개인적 삶의 체험과 경험으로부터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형상화된 예술세계를 우리는 시시각각 누리고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에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을 쏟으며 특정한 장르나 형식에 자신을 고착시키지 않고 구획되지 않는 경계를 넘어선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기옥란 작가가 예술을 향한 창작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이방인의 섬 우주
이방인의 섬 우주

구상과 추상, 그리고 오브제(콜라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거치며 왕성한 창작 의지를 보이고 있는 기 작가의 작품 세계는 ‘트랜스휴먼’(trans human)이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인공지능이나 기계 장치를 빌어 인간 이상의 정신적, 신체적 초월적인 능력을 갖는 새로운 인간형태인 트랜스휴먼은 억압된 삶의 경계를 넘어 초월을 꿈꾼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이자 석학인 자크 아탈리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제시한 트랜스휴먼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적 삶을 뜻하는 노마드(nomad)적 가치와 농경 사회로의 발전 이후 세계의 문명을 이룩해낸 정착민적 가치의 융합이자 변증법적 사고의 경로를 거쳐 탄생한 신 문명인이라 정의된다. 정착민과 유목민이라는 이분법을 거부하고 오히려 그 이중성의 장점들을 받아들여 자기 안에 내면화 하는 사람들이다. 정착민인 동시에 노마드인 디지털 정보 시대의 트랜스 휴먼은 자신과 다른 문화와 인종 그리고 서로 다른 종교와 신념에 속한 사람들일 지라도 그들과 함께 침묵하고 나누고 경청할 줄 아는 이들이다.

인디안 소녀의 시간여행
인디안 소녀의 시간여행

기 작가가 표현해 내는 트랜스휴먼은 그동안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들로 점철돼 있다. 그는 트랜스휴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기호와 이미지, 핸드폰, TV,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패션, 제품디자인, 공간디자인 등 소비시대를 대변하는 4D, DNA(염색체),디지털(Digital), Design(디자인), Divinity(신성, 영성)과 3F, Feeling(느낌, 감성), Female(여성성), Fiction(상상력)을 작품의 큰 줄기로 두고 작업을 하고 있다. 기 작가는 “21세기는 전통적인 남성 가부장적 사회와 아날로그적인 생각이 아니라 감성과 상상력을 겸비한 여성 중심의 디지털 혁명 시대다. 즉 나노, 바이오, 줄기세포, 생명공학시대에 생명 존재의 지도인 DNA(염색체), 요즘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합성어인 디지로그라는 말도 있지만, 다차원의 상호 소통시대의 디지털(Digital), 현대사회의 진화를 통해 발전해가는 많은 사회적 유산들인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디자인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퀘이사
퀘이사

기 작가는 욕망과 소유와 결핍과 질투의 시선으로 자유를 누리며 끊임없이 새로운 기호와 이미지를 사냥하고 소비하며, 유랑과 정착을 끝없이 반복하면서 키보드와 마우스, 디지털의 비트를 통해 끊임없이 교감하고 있다. 또한 직관적 판단으로 정보를 소통하며 정보의 바다를 유랑하는 테크노피아속의 고독한 현대인들의 모습도 그리고 있다. 아울러 물감뿐만 아니라 캔버스와 금속 마스크 등에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을 연결해주는 컴퓨터 부품이나 천연섬유 등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해 자연적인 식물적 물성과 석유 부산물에서 나온 키보드나 지극히 인위적인 인공물의 첨단 전자 부품들을 충돌시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물질 즉 인간과 기계문명과의 조화와 화해를 꾀하고 있다. 극도로 단순화된 리드미컬한 구성 속에서 비대칭적인 기하학적 표현과 상징적인 기호를 통해 끝없이 진화해가고 있는 삶과 예술을 환기시켜 표현하고 있기에 물질문명사회의 모든 소재들은 그의 오브제가 된다. (중복삭제) 기작가는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해 보이는 네모난 컴퓨터 속에는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 메모리 칩, 키보드, USB , CPU 쿨러 등 많은 부품들이 있는데 키보드는 각각의 명령어가 다르며 수많은 언어를 가진 전 세계인과 짧은 시간에 소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 작가가 이러한 작품 창작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리좀(rhizome)’으로 대표되는 관계 다발의 미학을 적극적으로 체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Deleuze)와 가타리(Guattari)에 의해 발표된 철학 개념인 리좀은 이분법적 대립에 의해 발전하는 서열적이고 초월적인 구조와 대비되는 내재적이면서도 배척되지 않은 관계의 모델로서 사용됐다.

트랜스휴먼-리플리컨트
트랜스휴먼-리플리컨트
트랜스휴먼-바람의 기도
트랜스휴먼-바람의 기도

중앙대 김영호 교수는 기옥란 작가에 대해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차원의 기운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으며 시대의 흐름에 동참해 시대가 요구하는 삶의 소명에 회화적 열정으로 응답하고 있다.”며 “자신을 고착시키지 않고 구획되지 않는 경계를 넘어선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그가 역설적이고 매력적인 예술적 노마드의 영토에서 향후 어떻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심화해 나갈지 사뭇 기대가 된다.”고 평한 바 있다.

또 공간 철학자이자 건축가인 윤재은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교수는 “기옥란 작가의 예술 세계에 새로운 관심을 갖는 것은 트랜스휴먼이 입체파 예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며, 작가만의 예술적 자유를 추구하는 추상적 표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키보드, 문자, 숫자 등은 작가의 내면에 숨어있는 시니피앙(signifiant)의 표출로 기 작가의 무의식 세계는 예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의식의 세계를 넘어 무의식의 세계에서 그 빛을 뿜어내듯이 의식의 한계를 넘어 자유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기하학적 형태들의 표현은 탈구조주의를 지양하면서도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나타난다. 이처럼 의식과 무의식의 이중적 상대성을 하나의 작품세계로 구축한 그녀의 표현들은 예술의 깊이가 ‘천개의 고원’을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옥란 작가는 2월~3월까지 프랑스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파리 중심가에 위치한 갤러리오송파리에서 펼쳐진 전시회에서 프랑스 현지 예술계 관계자 및 예술 애호가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어 7월에는 프랑스 파리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비텔 비엔날레’ 및 ‘한국미의 탐구전’과 그랑팔레에서 열린 ‘앙데팡당전’과 ‘레이갤러리 뉴욕초대전’ 등에서도 대한민국 미술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스스로의 예술지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으며, 또한 사진에도 관심이 많은 기옥란 작가는 특히 2018년 남미 여행의 아름다운 추억과 감동을 담은 <남미, 그 미완의 그리움>초대전, 2019<시간·공간·자연 그리고 인공지능>초대전에 이어 올해 2월 한 달간 광주 주안미술관에서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우주여행>을 주제로 추상사진 초대전을 개최해 큰 화제가 됐다. 그 누구도 거의 시도하지 않은 기옥란 작가만의 매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독특한 다중 촬영 기법의 미학적 추상 작품들을 선보여온 기 작가의 3번째 사진전인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우주여행’은 그동안 촬영한 45점의 작품들을 선보여 큰 관심을 모았다. 기작가는 특히 “3차원, 4차원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다양한 형상미를 통해 다양한 색상과 흑백의 미묘한 대비적인 표현을 극대화시켜 팽창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주 공간의 행성과 은하, 외계생명체,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 주제를 차갑고도 고독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색채, 점, 선, 면, 입체를 표현했고 특히 변화, 통일, 균형, 율동, 대비, 대칭 등 명징하고도 다양한 시각적 추상 조형언어로 자연스럽게 표현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참신한 사진전을 통해 예술인으로서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파리, 베니스, 뉴욕, 베를린 등 세계 각국에서의 전시를 개최하는 등 기 작가의 왕성한 전시활동은 그의 예술혼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있다.

피부색, 종교, 이념을 떠나 끝없이 진화하는 트랜스휴먼의 다양한 시각 이미지들과 모든 관계, 소통, 교감 그리고 희망의 이야기들을 자신의 삶의 회화적 변주곡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옥란 작가. 그녀가 지향하는 예술적 사유와 언어의 미학이 머물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보다 많은 이들에게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기옥란 작가는 전남대학교 미술교육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광주의 현대미술을 선도해 온 그룹 <에뽀끄>의 동인으로 활동하며 스스로 동시대미술의 맥을 미래로 이끄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개인전 50회(광주, 서울, 부산, 인천, 대구, 제주, 일본,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뉴욕, 뉴저지, 파리, 베니스 등), 국내외 초대전 및 단체전 300여회, 쾰른국제아트페어(쾰른메세홀) 등 국제아트페어도 60여회 참여했다. 제15회 대한민국통일미술대전 대통령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미술세계 대상전 특선, 뉴욕 월드아트페스티발 대상, 월간 아트저널 올해의 미술상, 교육기술부장관상, 문화예술대상 국회의원상, 코리아 헤럴드 대한민국 미래경영 예술인 부문 대상 및, 가치경영대상, 문화예술인 대상, 지식경영 대상, 중앙일보 문화예술인 대상, 한국일보 혁신인물 문화예술인 대상, 대한민국 혁신리더상, 대한민국 파워리더대상, 대한민국 혁신한국인&파워브랜드 대상, 대한민국 예술인 대상, 여류작가 대상, 글로벌 신한국인 대상 등 다양한 분야의 화려한 수상경력은 예술에 대한 탐구와 고찰을 거듭해 온 기 작가의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현대미술 에뽀끄회, 이형회, 광주전남여성작가회, 한국미협회원이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 호남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