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고대 중국에서 삼절(시, 서, 화)을 근간으로 전개돼 온 문인화는 문인지화, 즉 문인이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로 역사 속에서 이들 문인이 지녔던 인문주의 발현의 한 산물로서 이루어졌고 지금까지 전래되어 왔다. 작가의 높은 인격과 사상으로 시적인 분위기 속에 흥취된 상태에서 어떤 화풍이나 기교에 구애됨이 없이 맑은 정신 상태에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우러나오는 감정을 표현한 문인화는 작가의 수양된 인품이 나타나며 감상하는 사람에게는 그윽하고 청아한 감정이 일어나도록 한다. 형식적으로는 지필묵을 중심으로 한 고유한 조형체계와 내용으로는 독화라는 독특한 감상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조형과 감상체계는 독자적인 안전성을 지니는 것으로, 여타 회화와는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박등용 화백
박등용 화백

‘예술가는 있어도 장인은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국내 미술계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미학세계를 경주하고 있는 이가 있다. 다변적인 현대 미술계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정립해 가고 있는 운정 박등용 화백이 바로 그 주인공.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을 쏟으며 자신의 내면세계와 예술가로서의 자화상을 투영하고 있는 박등용 화백이 자신만의 감수성이 담긴 예술세계를 꽃피우고 있다.

장구한 세월동안 전통 문인화를 지켜온 박등용 화백은 글과 그림의 조화뿐 아니라 농묵·중묵·담묵 등 농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생동감 있는 선과 색, 구상, 여백 등의 자연스러움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글을 그림같이, 그림을 글씨같이 하여 글속에는 화풍이 그림 속에는 생명력 있는 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박 화백은 문인화에 전 인생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화, 서예, 문인화 등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방면을 골고루 섭렵하고 있는 그는 스스로를 ‘문인화에 한 평생을 바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밥과 같은 존재’라고 밝히며 인생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즉 삶과도 직결된 것이 바로 그림과 글이라는 것이다.

시, 서, 화가 어우러지는 박등용 화백의 작품은 고매한 선비의 자태처럼 전통의 품격과 서정적 정취가 가득하며, 작품의 소재는 삶과 자연에 초점을 둔다. “전통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문인화의 새로운 가치와 현대미술로서의 생존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선비정신과 전통 문인화의 가치에 충실하면서도 창작정신을 추구하여 현대인의 시각으로 시대정신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고지신’을 바탕으로 정통서예와 문인화를 바탕으로 현대문인화를 개척하고 있는 그는 문인화에 사용하는 전통재료를 넘어 서양재료를 배합하기도 하고, 사물의 극단적인 단순화 및 색채 대비 등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는 전통적인 틀과 내용을 원칙적으로는 수용하지만, 개별적인 표현에 있어서는 보다 차별화되고 현대적인 면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다. 전통의 방식을 중시하면서도 자신의 주관적인 통찰을 통해 전통회화의 기법을 더욱더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는 그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현대적인 미적 감수성에 부응하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내려고 절치부심 문인화에 매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체 연구개발에도 열의를 쏟은 박 화백은 캘리그라피 ‘운정체’를 개발해 작품의 개성을 한층 배가시키고 있다.

성남시 모란에서 ‘운정 서화실’을 운영하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문하생 양성에도 열정을 보이고 있는 박 화백은 “문인화는 일필휘지로 가야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시,서, 화를 할 때 가는 선, 하나의 점에도 소홀함 없이 최선을 다해야만 작품에서 그 정신이 표출되며 생동감 있는 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힘과 정신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은 시대정신의 구현이자 알레고리이다. 예술은 작가 관념의 형상화이며 예술가의 성정의 결을 따라 작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예술은 자신의 삶과 세계를 미학적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말처럼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당대의 역사 문화를 담보하고 시대정신을 견인하며 메마른 삶에 정신적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데 있다. 문인화를 그릴수록 문인화가 가지는 여백과 선, 오묘한 필묵의 조화에 심취한다는 박등용 화백. “하얀 화선지를 펴 놓고 먹을 갈 때 느끼는 희열과 빈 화선지 위에 고운 선을 수놓는다는 느낌은 그야말로 문인화만이 가지는 매력이다. 화선지 위에 먹선 하나로 마음을 전달하고자 긋는 것 자체로만으로도 깨달음을 주고 얻기도 하는 문인화는 마음을 치유하는 미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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