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디어뉴스통신=김승현 기자] 한국화는 크게 수묵화와 채색화로 나뉜다. 그 중에서 한국 채색화의 기원은 수묵화의 전통보다 훨씬 오래되어 고구려 고분벽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러한 채색화의 전통은 고려시대 불화로, 조선시대 어진을 비롯한 초상화와 화조화의 형태로 이어져 내려왔다. 근대에 이르러 현대적인 미술 기법을 도입한 개성있는 채색화 작품들이 발표되었는데 그 중의 대표적인 화가로 천경자 화백을 손꼽을 수 있으며 공필화법에 근거한 초상화가로는 채용신을 들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전영미 작가의 작품들은 한국 채색화의 전통 속에서 비단 공필화의 기법에 충실하면서도 작가 개인의 감성과 철학에 근거한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 우리 고전을 작가 특유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연작들을 잇달아 발표함으로써 한국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관객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전영미 작가의 작품 세계를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우선 지금까지의 작품의 주제들을 살펴보면 작가는 지난 10년간 5회에 걸친 개인전을 통해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우리 내면에 담겨져 있는 순수한 사랑이라는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첫 번째 개인전 <강아지와 친구들>(2012) 연작을 통해서 작가는 우리에게 친근한 강아지들의 모습과 작은 들꽃들이 어우러진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화면들을 구성하였다. 작가의 그림 속에서 강아지, 꽃, 나비, 인간들은 모두 친구들이다. 소재의 특성상 모두 소품들로 제작되었지만 작가는 작은 화폭 속에 모든 생명이 친구와 같이 어울리며 조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이루는 큰 꿈의 한 조각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 개인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엄마>(2014) 연작에서도 작가는 인간과 동물 구분 없이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모정의 다양한 모습들을 정감 있게 표현하였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생명을 잉태하고 돌보며 살리는 모정의 힘을 보여주었으며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아기였다는 사실을 재인식하게 함으로써 각박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였다.

세 번째 개인전 <그 시절 그 소녀>(2015) 연작은 작가가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근원을 본격적으로 탐구한 작품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속의 소녀들은 실재하는 소녀들의 초상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 속에서 구현된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의 메타포적 형상들이다. 계절에 따라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소녀들은 우리 강산에 피어나는 친숙한 꽃들과 함께 해맑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이미지들은 작가 내면에 잠재해있는 한국적인 정서와 미의식에 대한 표출이며, 우리 고유의 정겹고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통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향수와 동심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2017년 가을에 발표한 <청의 마음>은 작가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던 우리 고전에 대한 현대적 미학적 해석의 첫 실험작이라고 할 수 있다. 효녀 심청에 대한 기존의 전통적인 관점을 넘어서서 큰 사랑을 실천한 소녀로 표현한 일련의 작품들은 인문학적으로나 한국 미술사적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로 많은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 전시를 위해 작가는 기존의 비단공필화기법 뿐만아니라 전통 천연염색기법을 배워서 인당수로 가는 심청의 복잡하고 세밀한 심리 묘사를 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장지 콜라쥬 등 새롭고 다양한 기법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적인 갈등과 비극을 섬세하고 감동적으로 표현하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심청전을 주제로 한 전시에 대한 큰 호응에 힘입어 작가는 2019년 5월 <신춘향가: 자유와 존엄을 향한 노래> 연작을 발표하였다. 이는 한국 고전을 재해석하는 시리즈의 두 번째 실험작으로 춘향전을 주제로 한 연작들이다. 작가는 3개월간의 집중적인 문헌 고찰과 자료 수집을 통해 춘향에 대한 작가 고유의 해석과 관점을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춘향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작업에 들어갔다. 작가는 열녀 춘향이라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시대적인 제약과 부당한 권력에 맞서 자신의 존엄성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저항했던 용감하고 아름다운 소녀의 이야기로 춘향전을 재해석하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춘향의 저항 정신을 한국 역사 속에서 자유와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일련의 사건들과 연결시키고 삼일운동 당시 결사항쟁했던 기녀독립단의 초상화 작업으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작가는 춘향을 단순히 고전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보지 않고 오랜 시간 구전을 통해 민중들에 의해 형성되어 온 아름답고 고귀한 민족의 얼골(얼의 형상화)로 이해하였다. 그러한 해석은 고전이 지니고 있는 시대적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인들에게도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소중함을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영미 작가는 앞으로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한국 고전과 신화들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풀어내어 세계화하는 작업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법고창신의 정신을 실천하는 가치있고 의미있는 작업이 되리라고 본다. 지금까지의 전영미 작가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쉽고 따뜻하다. 그것은 작가의 작업 철학에 근거한 것이다. 작가는 남녀노소 누구와도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되 철저한 준비와 심사숙고의 정련과정을 통해 정제된 가장 순수하고 따뜻한 그림을 세상에 선물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전영미 작가는 우리 내면에 깃들어있는 동심, 사랑, 평화에 대한 기억과 꿈들을 일깨우고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나가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