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순 작가

[한국미디어뉴스통신=박주환 기자] 오늘날 미술작가들은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날마다 새로운 조형세계를 천착해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대미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미술의 영역에서 무한히 새로운 양태를 모색하는 것, 그것은 바로 황무지를 일구는 개척자의 정신과도 통하는 일로 작가 정신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확산된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은 다원화된 특성과 인간의 무의식 그리고 일상성의 환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활용하여 표현방식이 극대화되었다.

현대의 조형예술이 시대적 흐름에 따른 전반적인 사회ㆍ문화적 변화와 맞물려서 전개되면서 최근 많은 작가들이 개성있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지향하고자 다양한 재료들을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여전히 더 많은 재료를 사용하여 상상을 초월한 작품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따라 섬유예술분야에서 혼합매체로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화단의 역량있는 여류작가로 자연 속의 아름답고 다양한 오브제를 활력있는 조형적 변주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고유한 미학세계를 경주해 온 이혜순 작가가 금속공예와 순수 미술을 넘나들며 새로운 회화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평면회화와 금속공예가 접목된 ‘금속회화’라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이 작가는 금속 백동판에 직접 드로잉하는 세계 유일의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은판 위에 원석재료들을 사용한 이혜순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들은 금속의 차가움을 감싸안은 따뜻한 은유, 그리고 감성적 아름다움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금속공예와 평면회화의 콜라보라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통해 이 작가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한 단계 더 승화시키고 있다. 특히 이혜순 작가는 소재 자체만으로 창의를 극대화시킨 유기적인 금속조형의 특정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간으로 확장된 실험과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는 공간성과 물질성이 공존하는데 ‘작품이 차지하는 공간’과 ‘작품을 둘러싼 또 다른 공간’을 형성하며 작품의 형태에 따라 주변 공간을 달리한다.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26일까지 서울시 노원구 소재 더갤러리숲에서 초대전에서 평면작업 ‘함께 가는 것들’ 시리즈를 비롯해 평면작업에 금속작업을 접목, 은판위에 원석재료를 이용한 금속작업 결과물로 호평을 받았던 이혜순 작가는 이달 초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제63회 창작미술협회전에서 또 한번 다양한 금속회화 작품들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차가운 금속에 은닉된 따뜻한 은유를 입힌 금속회화의 형용할 수 없는 매력은 관람객들을 단번에 매료시켰다. 오는 10. 5~9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그룹전에 참가할 예정인 이혜순 작가는 내년 2.16~29일 프랑스 파리 모니리자 갤러리에서 열리는 초대전 준비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예술은 시대정신의 구현이자 알레고리이다. 예술은 작가 관념의 형상화이며 예술가의 성정의 결을 따라 작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예술은 자신의 삶과 세계를 미학적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말처럼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당대의 역사 문화를 담보하고 시대정신을 견인하며 메마른 삶에 정신적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데 있다. 이혜순 작가는 “작가라면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담아 사물을 새로이 해석하고 다양한 표현방법을 통한 창조적인 작품세계를 지향해야 한다.”며 “화가를 꿈꾸다 보면 이상과 다른 현실에 부딪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끊임없는 정진과 도전으로 일구어내는 희열과 감동이야말로 화가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자 기쁨”이라고 전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며 ‘예술은 끝이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는 이혜순 작가. 그녀가 지향하는 예술적 사유와 미학이 머물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보다 많은 이들에게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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