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대한 영국과 미국의 시각

요즘 세계 최고의 야구 리그인 미국 메이저리그(MLB) 소속 LA 다저스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류현진 선수의 기세가 엄청나다.

그 기세의 디딤돌이 내셔널리그 5월 ‘이달의 투수상’이다. 매월 최고의 활약을 펼친 투수 1명에게 주는 이 상을 류현진 선수가 받게 되었다.

류현진 선수는 5월 한 달 동안 6경기에 선발로 나와 5승 무패였고, 총 45⅔ 이닝을 던지며 단 3점만 내주었기에 평균 자책점은 0.59를 기록했다. 그동안 탈삼진은 총 36개를 수확하면서 볼넷은 3개에 밖에 주지 않았다.

여기에 더하여 MLB 최초의 아시아 선수로서의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사이영상(Cy Young Award)은 1890년부터 1911년까지 22년간 활약한 투수인 사이영을 기념하여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에서 매년 각 리그의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 상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투수인 사이 영을 기리기 위해 1956년 커미셔너 포드 프릭에 의해 만들어졌다

야구는 미국에서 생활의 일부로 여겨질 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종목이다. 그런 야구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야구의 기원에 대한 논란에 있어 야구는 영국의 크리켓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되어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애브너 더블데이 장군(1819~1893)과 알렉산더 카트라이트(Alexander Cartwright 1820~1892) 등의 기록을 근거로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구의 기원에 관하여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는 물론 아프리카에서도 야구와 비슷한 놀이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야구가 Baseball이라는 용어에 대하여는 영국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 이의가 없다. 즉 현재까지 발견된 야구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1700년 영국 메이드스톤의 성공회 목사 토머스 윌슨이 쓴 일기의 "주말에 마을에서 베이스볼(baseball)을 했는데 방망이가 부러졌다."라는 부분 때문이다.

야구의 기원에 대한 이같은 논란의 중심이 영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영국에서는 야구가 거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야구장, 3스트라이크 아웃, 파울볼 규정 등 현대 야구의 방식과 기준 등이 거의 대부분 미국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신사도 정신을 중요시하는 영국인의 의식 속에는 야구에서 인정하고 있는 도루(Steal)를 비신사적인 행위로 여기고 있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구를 바라보는 영국과 미국의 시각 차이는 위와 같이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시각차는 럭비와 미식 축구에서 더욱 극명하게 도드라진다.

타원형의 럭비공을 가지고 상대방 엔드라인 지역에 골인을 시켜 승부를 내는 이 운동은 사용하는 공의 형태만 비슷할 뿐 경기 규칙과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다.

럭비가 1823년 영국 럭비 학교에서 당시 축구 경기를 하는 도중 윌리엄 웹 엘리스(William Webb Ellis)라는 소년이 규칙에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을 손에 들고 앞으로 달려나가 상대방 골 안으로 들어갔던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이 우발적인 사건으로 지금의 럭비 경기가 생겨났으며, 정식 럭비 경기는 1893년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실시된 후 영국 본토와 자치령, 그리고 유럽에도 보급되어 순수 아마추어 경기로서 세계적인 스포츠로 발전하였다. 반면 미식 축구는 1823년 영국에서 시작된 럭비 경기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변형된 스포츠로 1869년 11월 러트거스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이 뉴저지 주 뉴브런즈윅에서 경기를 한 것이 미국에서 거행된 최초의 경기였다.

그런데 럭비와 미식 축구는 '전진 패스(forward pass)'의 허용 여부에서 명백한 차이를 보인다. 럭비는 전진을 하는데 있어 공을 가진 선수 보다 앞쪽으로 패스하는 행위는 반칙으로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식 축구는 공을 가진 선수를 기준으로 4번의 공격기회가 주어지는 동안 10야드 이상 전진하지 못하면 공격권이 상대방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럭비 경기에서 공을 소유하여 공격을 하고 있는 팀에서 선수가 공보다 앞설 경우 ‘오프 사이드’ 반칙이 선언되는데, 이 규칙이 그대로 축구 종목에 전용되었다.

어쨌든 미식 축구에서 4번의 공격 기회 동안 10야드를 전진해야 새로운 4번의 공격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미국 서부개척 시대의 도전 정신을 내포하는 규칙으로 이해되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전체적인 경기 진행에 있어 공격측이 유리해서 공을 가진 선수 외에는 태클을 할 수 없는 럭비와 달리 미식 축구에 있어서는 공을 안 가진 선수에게도 태클을 가할 수 있게 한 것이 커다란 차이점이다. 이같은 경기 방식으로 인하여 미식 축구가 럭비보다 더 거칠고 과격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보호장구도 훨씬 강하게 준비되고 있다.

위와 같이 야구와 럭비 종목에서 영국과 미국은 같은 종목이지만 그 운영 방식과 규칙에서 서로 다른 내용을 만들어 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씨름 종목이 그것이다.

씨름은 우리나라에서 비롯된 우리 만의 고유한 운동 종목이다. 다리에 샅바를 걸고 다양한 손기술과 다리기술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모래판이나 매트 위에 누이면 승리하는 씨름은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전통 놀이이다.

우리의 씨름과 비슷한 운동으로 일본의 전통 씨름인 ‘스모’가 있다. 2명의 선수가 맞붙어 상대 선수를 쓰러뜨리거나 씨름판 밖으로 밀어내면 승리하게 되는 이 운동은 우리의 씨름에서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럭비가 미국으로 건너가 미식 축구로 변형된 것처럼 우리의 씨름이 일본으로 건너가 스모로 변형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 5월 26일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스모 경기장을 찾았다가 나쓰바쇼 우승자인 아사노야마 히데키(朝乃山英樹) 선수에게 ‘트럼프배(杯)’를 직접 수여하기도 하였다.

야구와 럭비, 그리고 씨름 종목이 그 시작점은 같았지만 그 내용과 운용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 점에서 영국과 미국의 모습이 대한민국과 일본은 묘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필자 만의 인식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5월 이 달의 투수상을 수상하게 될 류현진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금년 성적의 마지막에는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을 접수해주기를 응원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5월의 투수상을 받게 될 류현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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